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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좋은날 Feb 26. 2021

가지치기








햇살이 오래 머무는 어느 작은 정원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서 있었어  

할아버지는 뭉뚝한 가위를 들고  

정원 안에 있는 나무들의 가지를 이리저리 자르고 있었고  

손자는 할아버지를 종종 걸음으로 따라다니며 

할아버지의 모습을 호기심 반, 걱정 반인 얼굴을 하고 구경하고 있었어  


조금 컸던 나뭇가지가 ‘뚝’ 소리를 내며 부러지자 

할아버지를 보고만 있던 손자가 할아버지의 바지춤을 잡아당기며 물었어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나무 팔을 잘라서 나무가 아야 해요   


가지를 치던 할아버지는 이내 바쁘던 손을 멈추고는

손자의 눈을 마주하기 위해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았어  

그리고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손자에게 이야기해 주었어   


이렇게 가지를 잘라 주어야 나무 사이로 바람도 들어가고 해님도 들어가서

나무가 더 크고 예쁘게 자랄 수 있단다


그 이야기를 들은 손자는 무언가 생각난 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자그마한 손으로 한 쪽 바지를 걷어 올리고는 무릎에 붙은 반창고를 보여 주며 이렇게 말했어   


나도 다쳤으니까 더 크겠네요?   


그 날, 그 정원엔 햇살만큼 웃음도 넘쳐났어




마음도 그래  

살다 보면 마음 안에도 수많은 가지가 자라나


분명 하나의 마음으로 시작한 처음과는 다르게 

하나 둘 곁가지가 자라나서 처음의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하고 

그 가지들을 서둘러 정리하지 않으면  

결국은 이도 저도 아닌 마음이 되어버리고 말아  


그러니까 마음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해  

처음의 마음에 계속해서 바람과 햇살이 계속 될 수 있도록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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