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하다 못해 공허함마저 느껴지는 어느 사막 한가운데
선인장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었어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지나는 이는 바람뿐임을 알면서도
선인장은 누구라도 보아 달라는 듯 묵묵히 자리를 지켰어
그러던 어느 날..
선인장 앞에 어디서부터 날아왔는지 모를 작은 풍선 하나가 바람과 함께 나타났어
그동안 너무 외로웠던 나머지 선인장은 난생처음 보는 풍선이었음에도
그 모습에 아무런 거부감 없이, 어떤 거리낌도 없이 풍선을 사랑하게 되어 버렸어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풍선은 바람의 힘을 빌어 선인장 곁으로 점점 다가왔어
콩닥콩닥-
선인장은 설레는 마음에 두 팔을 한껏 벌려 풍선을 껴안아 보려 했어
선인장의 팔이 풍선에게 닿으려던 그 순간..
풍선이 다가옴을 멈추고 한 발짝 물러서며 나지막이 말했어
너.. 팔에 가시가 많이 있네?
네가 날 안으면, 난 사라지고 말 거야
풍선의 말에 놀란 선인장은 뻗었던 팔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채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 있었어
적막함과 서먹함이 뒤섞여 맴도는
선인장과 풍선 사이에
살랑- 바람이 잠시 일었어
그 바람은 풍선에 달려 있던 실을
선인장의 한쪽 팔에 살포시 감아 주었고
그렇게 선인장과 풍선은 함께일 수 있게 되었어
척박하다 못해 메말랐던 그 어느 사막에(혹은 마음에)
미약하나마 자그마한 위로와 수줍은 온기가 깃들게 되었어
우리네 삶도 비슷하지 싶어
마음속 어딘가는 늘 외롭고 공허해
곁에 두고 싶다고 다 가질 수도,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해낼 수도 없지
하지만 어떻게든 나아가다 보면, 진심으로 바라보다 보면
뜻하지 않은 바람이 불어와, 곁에 머물고 이루어 낼 수 있는 길이 보이기도 해
그러니 지금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해
오늘에 너무 슬퍼해하지 않았으면 해
너를 향한 바람은 이미 저 멀리서 불어오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