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새싹

오래된 미래

by 어느좋은날
0001.jpg

라다크에서 늙어감은 죽음과 마찬가지로 자연 순환의 일부로 여겨진다.

흔히 한동안 떠나 있다가 오랜만에 라다크 친구들을 만나면 그들은

“지난번 보았을 때보다 많이 늙었네요” 라고 말할 것이다.

그 말을 겨울에서 봄으로의 변화를 말하듯 아무렇지 않게 할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는 내가 더 늙어 보인다는 말을 듣기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라다크 사람들은 나이를 겁내며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삶의 각 단계는 그 나름의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중



오래된 미래..

참 아이러니한 제목입니다

책은.. 인도의 라다크 라는 지역으로 연구차 들르게 된 저자가

그들의 삶을 지켜보며..

문명화로 인해 생긴 많은 불균형들이 라다크에서는 오래전부터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고

그 문명화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덜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그 중..

늙어감과 죽음을 대하는 그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늙어감’과 ‘죽음’은 책의 제목처럼..

미래의 이야기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그래서 오래된.. 미래인.. 이야기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이 미래를 모르는 척 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혹은 문명의 힘을 빌어 이를 역행하려 하기도 합니다


기억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리는 여러 제약들 때문에 늙지 못해서 억울해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빨리 커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다 해야지’ 하면서 말이지요

그래서.. 그렇게 커버린 지금은.. 다시 어려지길 바라는..

‘오래된 미래’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때와 같은.. 아이러니함을 지닌 채 살고 있습니다


새 학년으로 올라가는 전날이 설레듯이

눈으로만 마주한 새로운 음식의 맛을 모르듯이

처음 내디딘 여행지에서의 공기와 그 사이로 펼쳐진 풍경이 상상 이상으로 다가오듯이

겪어보지 않은 미래에는 늘 약간의 두려움이 존재합니다

익히 알고 있는 오래된 미래라고 해도 말이죠


늙어감과 죽음도.. 아직 겪지 않았기에 두려운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새 학년의 반에서 평생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음식을 베어 문 순간 나도 몰랐던 미각이 깨어나고

상상 이상의 풍경이 앎을 넘어 경험으로 기억되듯이..


다가올..

오래된 미래에도 이처럼 두려움에 가려져 아직 보지 못한 좋은 것들이..

라다크 사람들의 말처럼

삶의 각 단계는 그 나름의 이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에

굳이 애써서 거부하지도.. 부인하지도.. 말았으면.. 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제 마음을 이 글에 담아봅니다


더불어

‘우리의 오래된 미래는 아름다우리라’고도 감히 말해봅니다

어느좋은날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1,529
매거진의 이전글어느 초콜릿 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