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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행복과 슬픔은 다른 곳에 담긴다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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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의 슬픔이 차있는 병이 하나 있습니다

이 슬픔을 줄여보려고

행복을 모아모아

슬픔이 차있는 병에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따른 것 같은데..

병이 생각보다 깊었는지 좀처럼 차오르지는 않고

슬픔의 색만 조금 변한 듯 보여집니다


한참을 더 따르고 나서야

행복이 보였고..

그렇게 슬픔은 사라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니 행복의 아래편에..

희미하지만 슬픔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행복이 부족했던 걸까요?

분명.. 슬픔보다 많은 행복을 따른 것 같은데 말이죠..


슬픔이 줄지 않았다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우뚱 해 봅니다


세상이 잠시 삐딱해 보였고

행복을 따랐던 병 뒤에 다른 병 하나가 더 보였습니다

처음에 보였던 슬픔이 담긴 병이었습니다


그제서야..

행복을 생각보다 많이 따라야 했던 이유와

슬픔이 아직 남아 있는 이유가.. 이해되었습니다

행복을 따른 병은..

슬픔이 담긴 병 앞에 놓인 빈 병이었고

이 유리병 2개가 잘 겹쳐져.. 하나로 보였나 봅니다


슬픔과 행복은 상대적인 감정일까요?

행복하면 슬프지 않고

슬프면 행복하지 않은 식으로 말이죠

보통은 그렇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만..

더러.. 행복하면서 슬프거나.. 슬픈데 행복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행복과 슬픔이 담기는 곳이 다르다고 보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두 감정은 담기는 곳이 달라서

어느 한 감정이 다른 감정보다 풍부할 때에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말입니다


행복한 순간에도 마음 한 켠은 슬플 수 있고

눈물이 맺히는 순간에도 엷은 미소를 띄울 수 있듯이..


행복하다고 슬픔이 줄거나

슬픔이 덜 하다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닌 것처럼..



행복과 슬픔은 다른 곳에 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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