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고 대나무 숲에 속 시원히 털어놓자..
왕의 감투를 만들던.. 노인은 속앓이 병이 사라지고 기운을 되찾았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다들 한번씩은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사람이 아닌.. 대나무 숲에 털어놓은 속마음이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는 이유만으로도 노인은 앓던 병을 떨쳐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통감해줄 수 있는 대나무 숲이..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참으로 든든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대나무 숲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요?
분명.. 지금보다 어렸을 적에는
주위에 여러 대나무 숲이 있고.. 언제든 곁에 자리하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어떤 대나무 숲은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또 어떤 대나무 숲은 바람이 일 때마다 털어놓았던 내 속마음도 함께 일어 멀리하다 보니
지금 남아있는 대나무 숲은.. 없는 듯 보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마음을 털어 놓고는 싶고
그 마음이 대나무 숲 이외에는 새어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이런 두 개의 마음이..
대나무 숲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바람마저 일지 못하게 해서
스스로 시들게 해버린 것은 아닌지도 싶고..
그러는 나는..
과연.. 당신에게.. 너에게..
내가 바라던 모습의.. 그런 대나무 숲이었는지 자문도 해봅니다
이제는..
바람과 일어.. 일부의 속마음이 새어나간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마음 속에서 거센 바람이 일고 있는 지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고 털어놓을 대나무 숲이..
내 안에서도.. 곁에서도.. 자라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