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죽 한 그릇이 앞에 놓여집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보기도 싫던 죽이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몸상태 덕에 따뜻한 죽의 자태에 침이 고입니다
춥지만 열이 나고..
여기저기가 아프지만 정확히 어디가 아픈 것인지는 모르겠고..
침을 삼키기도 어렵지만 약을 먹기 위해 무언가를 먹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눈 앞에 놓인 이 따뜻한 한 숟가락은 여느날과는 다르게 구미가 당겼습니다
그 동안 죽이 싫은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먹는 즐거움은 맛은 물론이고 씹는 행위도 포함되어진다고 보기에
아무리 달콤한 죽이라해도 그냥 넘어가는 것이 싫었고
같은 이유로 곁들여 놓이는 찬 역시 단촐해지기에 그랬고
무엇보다.. 죽을 먹어야만 할 정도로 아팠던 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호되게 아프고 보니..
그간 죽을 멀리한 것이 미안할 만큼
맛은 물론이고 따뜻함과 든든함.. 그리고 죽에 담긴 정성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누군가의 아픈 속을 달래기 위해
스스럼 없이 본디의 모습을 잃은 채.. 곱고 부드럽게 변모하지만
그럼에도 엷게나마 그 향과 맛을 자아내는 죽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누군가의 아픔을 어르고 달랜다는 허울 아래.. 건넨 말들이.. 행동들이..
죽과는 달리.. 너무 본디의 모습으로만 건네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아픈 속내에 쉬이 흡수되어 속을 달래고 채워주는 죽처럼..
앞으로 누군가에게 건네게 될 달램의 말과 행동은..
좀 더 곱고 부드럽게 변모시켜야 하겠다는 생각도 해보고요
그렇게..
따뜻한 죽 한 그릇은..
입맛을.. 생각을.. 아픔을.. 바꾸어 놓고
남김없이 비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