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덜터덜~ 철로를 따라 나아가는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기분 좋게 지나갑니다
기차가 달리는 방향과 반대로 놓인 좌석 덕에
앞에 놓인 풍경들을 미리 볼 수는 없지만..
지금 지나는 길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기차가 달릴수록 그만큼 흐릿해져 가지만..
지나온 길을 한 번 더 돌이켜 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어두워집니다
방금 전까지 아름답게 비추던 풍경은 사라지고
끝모를 어둠만이 창에 펼쳐집니다
그렇게 한참의 어둠 속에서도 터덜터덜~ 기차는 멈추지 않았고..
이내 창에 걸려 있던 어둠을 몰아내고
다시 아름다운 풍경을 걸어놓았습니다
그 끝을 알게 된 어둠의 정체는 터널이었고
터널이 놓여있다는 것을 미리 알지 못했기에
그 어둠이.. 더욱 짙고 깊게 다가온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밝게 펼쳐진 풍경을 보며 생각합니다
다음 어둠이 찾아와도 기차가 멈추지 않는 이상
다시 밝아질 것이기에.. 끝모를 어둠 같은 건 없다고요
그 생각과 함께 터널은 저 멀리 멀어져 갔고
터덜터덜~ 소리를 내며 기차는 어김없이 나아갑니다
삶이라는 이름을 달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