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해님달님의 끝부분을 보면..
하늘에서 두 개의 동아줄이 내려옵니다
하나는 해님달님이 될 오누이를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오누이를 쫓는 호랑이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두 동아줄 모두
각자의 바람이 담긴 기도를 통해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었고..
튼튼한 동아줄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그 끝을 하늘까지 이끌었고..
다른 하나는 하늘이 아닌 수수밭으로 이끌었습니다
자신에게 내려온 동아줄이 낡고 헤져..
하늘이 아닌 수수밭으로 향할 줄은.. 호랑이는 몰랐을 것입니다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져 내려온 줄로만 알았을테고..
동아줄을 움켜쥔 두 손의 세기만큼..
하늘로 가고 싶은 마음도 컸을 것입니다
살다보면.. 우리 앞에도 동아줄이 놓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동화에서처럼 하늘과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각자의 작은 바람이나 꿈으로 이어진 동아줄이 말입니다
이 동아줄을 움켜쥐기만 하면..
세상의 시간보다는 조금 빠르게.. 크고 작은 바람을 이루어 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동아줄을 잡으려는 순간..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이 줄이 호랑이처럼 수수밭으로 향하는 낡고 헤진 줄은 아닐까 하고요
불현듯 스친 이 생각은
동아줄을 움켜쥐려 했던 두 손을 도로 펼쳐놓고..
동아줄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게 합니다
분명..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했고..
그 염원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이 눈 앞에 놓여졌습니다
동아줄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몇 걸음 다가가 손을 뻗기만 하면 닿을 거리에 내려온 순간까지는 참 좋았습니다
바람이.. 기도가.. 이루어진 것만 같았고..
동아줄이 희망으로 보였습니다
그 희망을 움켜쥐려던 순간..
희망은 두려움으로 바뀌었고..
움켜쥐려던 손을 풀고 물러서자..
동아줄은 다시 희망으로 보여졌습니다
희망이란게 그런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만 희망으로 존재하고..
섣불리 다가가 잡으려 하면 사라져 버리는.. 그런..
마치..
당신의 바람이 현실로 자라나게 하려면..
노력과 시간이 조금은 더 필요하다..
말하는 듯이 말이죠
어쩌면.. 우리가 버릇처럼 쓰고 있는..
희망을 갖는다거나.. 품는다는.. 표현은
희망을 소유한다는 것이 아니라
책상 머리맡에 크게 써 붙여놓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다짐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눈 앞에 놓여진 이 동아줄은 그대로 놓아두려 합니다
바람으로 가는 길이 아닌.. 길잡이로..
움켜지고 오르다.. 떨어질 걱정 없이..
하늘로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만 남겨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