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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어느 단풍잎

by 어느좋은날





068-어느 단풍잎.jpg


따갑게 느껴지던 햇살이 따사로워지고
섭섭했던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어느새.. 가을이 오긴 한 것 같습니다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옷이 길어지고
거리를 지키는 나무들도 옷을 갈아입기 시작합니다
푸르렀던 잎들이.. 노랗고 빨간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가을을.. 보다 가을답게 만들어 줍니다


소리소문 없이 다가오는 가을바람을 머금어
붉어지는 단풍잎을 보고 있노라니..
단풍잎 위로.. 짝사랑을 막 시작하던 때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 때의 사랑은 가을바람처럼
소리소문 없이 마음 속에 담겨졌고
사랑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서서히 붉어졌습니다
사랑이 깊어지는 만큼 마음의 붉은색은 짙어졌고
짙어지다 못해.. 마음을 벗어난 사랑은..
그대의 눈에 담겨보려 겉모습까지 붉게 물들였습니다
그렇게..
그대의 눈에는 담겼으나
그대의 마음에는 담기지 못했고..
담길 곳을 잃어버린.. 넘쳐버린 사랑은..
겨울 향이 나는 차디찬 바람에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바람은 붉은빛을 앗아갔고
단풍잎을 닮았던 그 때의 사랑은.. 낙엽이 되어 떨어졌습니다


비단.. 짝사랑이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사랑의 시작은 이러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시작이 닮아있다 해서 그 끝도 닮아있지는 않겠지요


어느 단풍잎은..
오랜 가을에서 머무를 것이고
어느 단풍잎은..
다음 가을을 기약하며
바람과 함께 사라질 것이기에..



단풍이 붉어져 가는 요즘..
당신의 이번 가을은 여느 해보다 붉고 오래이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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