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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발의 거리

by 어느좋은날
097-눈과 발의 거리.jpg



눈과 발은 사이가 꽤 가까웠습니다

눈이 바라보는 곳이 생기면

발이 열심히 데려다 주었고

눈 역시.. 발에게 바른 땅을 밟게 해주려 애썼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다 둘러보고 나니

눈은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높은 곳이 보여줄 경치에 사로잡혀

발이 걷게 될 길을 살피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고된 길의 굴곡이 발바닥에 그대로 전해져 왔지만

발은 눈을 위해 묵묵히 걸었습니다


눈이 바라보는 곳은 점점 더 높아져 갔고

얼마 되지 않아 묵묵히 걸어주던 발이..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는 눈에게..


잠시 쉬었다 가도 되지 않겠냐는 부탁의 말과

왜 더 이상 바른 땅을 봐주지 않는지

이제 높은 곳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고는

한참을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꽤나 가까웠던 둘의 거리는

더 이상 가깝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눈을 바람.. 꿈.. 이상.. 어쩌면 욕심.. 으로

발을 노력.. 현실... 어쩌면 자신의 한계.. 정도로

생각해보면 읽기가 조금 부드러워질까요?



현재 놓인 상황에서의 나와

내가 바라는 혹은 바라던 나와의 모습 사이에는

늘 공간이 존재합니다


꿈만을 쫓자니 현실이 걸리고

현실을 살자니 꿈이 아른거리고..

그렇게 그 고민의 공간은 점점 넓어져갑니다


바라는 것을 다 이루고 살면야 좋겠지만

바람에 끝은 없을 듯 하고


현재의 삶 또한 바람만큼 중요하기에..


바라보게 되는 곳으로 다 걸어가지 말라고

눈과 발의 거리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이 글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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