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webOS TV 설정
먼지가 조금씩 생기다가 시간이 지나면 수북이 쌓이는 것처럼
오래된 제품의 설정도 탈탈 털어 정리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이번에 TV 설정의 UX를 담당하게 되면서 10년간 쌓인 기능들을 탈탈 털어 청소하고 깔끔해 보이도록 리뉴얼하고자 했다. 2년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각했던 고민을 기록해 놓고자 한다.
10년간 수많은 국가의 고객 및 사내 요구사항으로 계속 설정 메뉴 수가 방대해졌다.
이 설정 메뉴가 '왜 필요하고 지금도 필요한지' 관련된 국가의 담당자를 다 찾아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많은 사람들의 협조가 필요했고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요구되었다.
또한 10년 전에는 주요한 기능이었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기능들도 있어서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데이터 분석이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특정 카테고리 설정 사용 비율이 굉장히 높았다. 반대로 전 세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요구했던 다양한 기능의 사용 빈도는 낮았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찾은 기능이 우선적으로 노출되도록 정리하였다.
반대로 소수의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기능은 어느 레벨에 배치해 놓아도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의 설정 메뉴 구조는 TV 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어렵거나 불편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1) 설정 내 검색
스마트폰 설정은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설정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TV 설정 내 검색 기능을 초반부터 강하게 요청하였고 많은 담당자들과 깊이 있게 논의하면 할수록 다양한 변수로 개발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TV는 방송, 콘텐츠 신호에 따라 가변적이어서 난이도가 계속 올라간다) 단기간에 구현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소수의 설정만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의 설정을 전진 배치하는 것이 더 효용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였다.
2) 낮은 Depth, 펼쳐 놓은 항목들
스마트폰의 설정들은 주요 설정들을 그룹핑해서 상위 Depth에 뿌려놓았다. 반대로 TV는 소파에 기대어 가볍게 사용하는 사용자가 많아서 스마트폰처럼 첫 화면에 항목을 많이 뿌려놓는 것보다는 단계별로 찾아가는 구조로 정리하였다. 스마트폰 설정의 '낮은 Depth 구조'는 추후 TONE Free App을 디자인하면서 주요 방향성으로 차용하였다.
https://brunch.co.kr/@onefive315/79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의 원칙은 다수가 만족하지만 소수가 불만을 가질 수 있는 구조이다. 설정이라는 기능은 다수를 위해 설계되지만 소수가 요구하는 사항을 무시할 수 없는 기능이다. 예로 TV에서 스크린 세이버 기능으로 예쁜 사진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정 소수는 그 사진에서 혐오감, 불쾌감을 느낀다고 하여 스크린 세이버를 끌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요구사항을 다 반영하면 좋겠지만 설정이 너무 비대해져 속도가 느려질 수 있기 때문에 중요도에 따라 메뉴를 정리하게 되었다. 또한 용어도 소수가 사용하는 기능이지만 다수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되어야 하기 때문에 구구절절 길어지는 부분도 생길 수밖에 없었다. (예. 화질 전문가는 '감마'라는 용어에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이런 어려운 용어들을 초보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메뉴명 전반적으로 검수되었다 by HH)
다수와 소수 모두가 만족하거나, 불만족을 줄일 수 있는 그 어느 균형점을 찾아내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 균형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수년 전 메뉴가 디자인될 때는 주요 인치가 45인치였다. 21년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는 인치가 65인치로 커져버렸다. 기존 화면 절반을 덮고 있는 설정이 시각적으로 충분히 부담이 된다고 판단되어 더 화면을 적게 차지하도록 많은 레이아웃 아이디어가 도출되었고 검증 과정을 거쳐 올해 출시한 설정 안으로 정리되었다.
설정 메뉴 영역을 줄이면서 복잡한 컴포넌트도 다 일괄 정리하였다. 기존 설정은 액션 버튼이 상위에 표시되어 복잡도가 굉장히 높아 보였다. 설정 영역을 줄이면서 복잡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액션 버튼을 다 하위 Depth로 정리하였고 이 방향성은 webOS6.0 방향성과 일맥상통한다.
TV의 설정을 변경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했다. 초기에 논의하였으나 최종 양산까지 반영되지 못한 아쉬운 부분도 많이 있고 기껏 정리했더니 다시 추가로 요구사항이 쏟아져서 허망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게임 맞춤 기능 경우 복잡한 실타래는 다 풀어서 설정으로 열심히 정리했더니 더 예쁘게 보여야지 왜 설정처럼 보이냐라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글로벌 전문가 평가도 대부분 긍정적이어서 같이 고생했던 동료분들도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업무로 기억하게 되었다. 2년 간의 고민과 고생한 일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잘 양산되어 시장에 출시된 것을 이렇게 기록하고자 한다.
<YouTube에서 설정 관련 리뷰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