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로인간 1 - 변화편 #1
우리는 분명 자유롭다고 믿는다. 팔을 들라고 하면 들 수 있고, 걷고 싶으면 걷는다. 커피를 마실까, 차를 마실까—이것도 내가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금연은 왜 그리도 어려울까? 다이어트는 왜 번번이 실패할까?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부터 영어 단어 하루에 10개씩 외워야지’ 결심해 놓고, 왜 그 약속은 저녁이 되면 사라질까? 운동화 끈만 묶으면 되는 30분 운동이 왜 그토록 무겁게 느껴질까?
우리는 몸을 움직일 자유를 갖고 있지만, 그 자유는 생각보다 얄팍하다. 머리로는 안다. 하면 된다. 그런데도 하지 못한다.
그럴 때,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우리에게 온전한 자유의지가 있는 걸까?’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잘하는 영역’을 갖고 있다. 그건 법정에서 날카롭게 변론하는 변호사의 기술일 수도 있고, 우리 집 고질적인 수도꼭지 구조에 맞춰 내가 개발한 ‘전용 설거지 루틴’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남들이 쉽게 따라 하기 힘든 나만의 방식이 몇 가지쯤은 있다.
신기하게도, 그런 일들은 객관적으로 꽤 어려워도 매일 해낼 수 있다. 반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영어 단어 하루 10개 외우기’는 작심삼일로 끝난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까?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다니엘 카너먼은, 인간의 뇌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사고 시스템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1은 무의식적이고 빠르게 반응하는 영역이고, 시스템 2는 의식적으로 사고하며 많은 에너지를 써야만 작동하는 영역이다.
카너먼의 이론에 비춰 보면, 나만의 설거지 루틴은 시스템 1에서 작동한다. 반면, 매일 영어 단어 10개 외우기는 여전히 시스템 2의 부담스러운 영역에 머물러 있다. 행동의 객관적인 난이도와는 관계없이, 나의 뇌가 활용하는 영역의 상태에 따라 체감되는 어려움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스템 2에서만 힘겹게 굴러가는 일을, 시스템 1의 ‘자동 모드’로 옮겨 심어주면 되는 일 아닐까?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미 500여 개의 근육이 순간적으로 협응 해야만 가능한 직립보행을 숨 쉬듯이 간단하게 해내고 있다.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원하는 행동을 ‘자동 모드’로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우리가 매일 쓰는 뇌의 작동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