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뛰어난 야식러를 피아니스트와 구분할 수 없다

회로인간 1 - 변화편 #6

by 한조각

지난 글에서는 신경가소성이 어떻게 회로를 관리하는지를 살펴봤고, 그렇게 관리된 회로가 결국 ‘나’를 규정하게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글에서는 그렇게 규정된 ‘나’를 바꾸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가장 거대한 장벽인 인지부조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당신의 의지가 회로를 깨부수지 못하는 것은 진화의 산물이다


누군가가 평소에 아래와 같이 생각하며 야식을 먹어왔다고 해보자.

밤이 되면 배고파지고, 배고프면 잠을 못 자고, 잠을 못 자면 다음 날 일이 힘들다.
야식을 먹으면 배고픔이 사라지고, 평소와 같이 잠을 푹 잘 수 있고, 다음 날 일도 평소대로 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누군가가 “야식을 먹으면 살찌니까 먹지 마라”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야식을 먹지 말라는 건 곧 잠을 못 자라는 말이고, 일을 더 힘들게 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는 “야식을 먹으면 소화기관이 활성화되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설명이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미 “야식을 먹지 않고 잠을 설치며 다음 날 일을 힘들게 보냈던 경험”이 뚜렷하게 회로에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 가장 곤란한 점은 경험에 의해 회로가 아래처럼 굳어 있다는 사실이다.

야식 → 평소와 같은 수면과 업무 강도
야식 없음 → 수면과 업무 강도에 대한 불확실성

이것이 바로 인지부조화의 전형적인 사례다. 경험으로 형성된 전제가 깨지면, 그 뒤에 연결된 모든 생각이 불확실해지면서 거대한 불쾌감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지부조화는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는 과정에서도 작동한다. 흔히 코끼리를 어릴 때 말뚝에 묶어두면, 성체가 된 뒤에도 그 말뚝을 뽑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도 비슷하다. “나는 원래 자전거를 절대 못 탄다”라고 굳게 믿은 사람은, 자전거에 별생각 없이 살아온 사람보다 훨씬 배우기 어렵다. 이 원리는 외국어, 수학 같은 학습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르신들이 PC나 스마트폰을 몇 년이 지나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지부조화로 인한 스트레스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 중에서도 가장 큰 축에 속한다. 단순히 “사실을 알았으니 생각을 바꾸겠다”는 의지로는 결코 이겨낼 수 없다. 애초에 그런 식으로 경험을 무시하고 단편적인 생각만으로 갑자기 행동을 바꾸는 건 생존에도 유리하지 않다.


결국, 당신의 의지가 회로를 깨부수지 못하는 것은 진화의 산물인 셈이다.



야식 습관도 피아노 연습과 같은 원리다


누군가는 오기가 생겨서라도 “나는 내 회로를 의지로 이기겠다”라며 강경하게 접근하려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불가능한 방법은 아니고, 성공 사례 역시 전통적으로 전해져 왔다. 그러나 그런 선택은 자칫하면 ‘내가 나를 부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 연재물의 말미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그런 방식은 득보다 실이 많기에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지부조화에 결코 저항할 수 없는가? 그렇진 않다. 쉽진 않지만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권하고 싶은 방식은 새로운 경험으로 기존 경험을 덮어쓰는 것이다.


예컨대 야식을 끊는 문제라면, 어느 날 갑자기 단칼에 끊어버리는 것보다 몸에 덜 해로운 음식을 찾아보거나, 야식 먹는 시간과 잠드는 시간을 다양하게 조정해 보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미 굳어버린 패턴을 흔들면서, 서서히 변화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많은 사람들은 한 번에 완전한 해결을 원한다. 하지만 회로를 바꾸려면, 그 회로가 쌓이는 데 들었던 시간과 노력에 필적할 만큼의 반복과 노력이 필요하다. 신경가소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매일 열심히 피아노를 연습하며 회로가 강해지는 모습과 매일 맛있게 야식을 먹으며 회로가 강해지는 모습은 다를 바가 없다.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1년 쉬어도 일반인보다 훌륭한 피아노 실력을 보이듯, 뛰어난 야식러는 1년 쉬어도 일반인보다 야무진 야식을 먹을 수 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