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건망증은 있어도 금연 중독은 없다

회로 인간 1 - 변화편 #5

by 한조각

지난 글에서는 우리의 회로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신경가소성과 편도체가 무엇인지 간단히 알아봤다. 이번에는 신경가소성에 대해 조금 더 상세히 알아보자.



연비와 성능을 동시에 잡았다, 신경가소성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에서 ‘소(塑)’는 흙빚을 소를 사용한다. 말 그대로, 필요에 따라 신경 회로를 흙처럼 빚어 만들거나 바꿀 수 있는 성질을 말한다. 크게 보면 새로운 연결 만들기, 연결 강화하기, 연결 약화하기의 세 가지 현상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새로운 연결이 형성될 때, 사람은 가장 의심이 약해진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재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정보나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기준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에서 “빛은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하다”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 우리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상을 정의하는 지점에서부터 이해가 막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조건이 더 있지만,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이 정도로 갈무리하자.


연결성을 높여야 할 경로는 마치 회선 공사를 하듯, 신호 전달 효율을 강화한다. 뇌 속의 연결은 전류를 이용하므로, 현실에서 전선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 관련 뉴런에서는 미토콘드리아가 늘어나 에너지 공급이 원활해지고, 시냅스에는 수용체가 증가해 수신 반응이 빨라진다. 축삭은 굵어져 전도 속도가 향상되고, 절연체 역할을 하는 미엘린이 두꺼워져 신호 전달이 한층 정확해진다. 이는 인터넷 회선이 구리선에서 광케이블로 바뀌는 수준의 변화다. 이렇게 증강된 회로는 속도가 최대 200배 빨라지고, 에너지 소모는 최대 30분의 1로 줄어든다.


반대로,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경로는 마치 오랫동안 쓰이지 않은 길에 잡초가 자라듯 약해진다. 뇌는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사용 빈도가 낮은 연결망을 가지치기하는데, 이를 ‘시냅스 가지치기’라고 부른다. 이 과정은 유아기와 청소년기에 특히 활발하며, 성인에서도 일정 수준 유지된다.



경험은 휘발되지 않고, 회로 안에 기록된다


문제는 연결망을 약화시키는 확실한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연결망을 강화하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 인간은 행동할 때 쾌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고, 그 덕분에 다양한 행동에 쉽게 중독될 수 있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것에서는 쾌감을 느끼기 어렵다. 그 이유는 ‘트리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하지 않는 변화’를 만드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대표적인 예가 금연과 다이어트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지 말자”에 집중하는 순간, 이미 담배가 떠올라서 흡연 회로가 한 번 더 활성화되고 강화된다. 결국 욕구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금연과 관련해, “금연하려고 금연초를 피웠다가 오히려 금연초에 중독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금연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기도 하다. 기존 회로를 직접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비슷하거나 더 긍정적인 대체 경험을 반복 제공하면, 궁극적으로 기존 행동을 ‘망각’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간접 경험과 직접 행동은 뇌에 남는 방식이 다르다. 어디선가 듣거나 보며 알게 된 정보는 쉽게 사라질 수 있지만, 한 번이라도 행동으로 실행한 연결망은 완전히 지우기가 매우 어렵다. 간접 경험은 해마 등 일부 제한된 영역에 저장되지만, 행동 기억은 기저핵·소뇌 등 여러 네트워크에 분산 저장된다. 그래서 자전거 타기 같은 복합 행동이 수십 년이 지나도 다시 하는게 가능한 것이다. 담배, 음주, 폭식 같은 습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인생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중에 후회할 것 같거나, 지속하고 싶지 않은 행동이라면 아예 경험하지 않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경험은 쉽게 휘발되지 않고, 회로에 깊이 기록되기 때문이다.



연결의 깊이는 ‘나’를 규정한다


회로에 기록된 경험은 연결의 깊이에 따라 내 안에 정착해 간다. 단계가 얕을수록 수정하거나 삭제하기 쉽지만, 깊을수록 변화가 어렵다. 안 좋은 습관이라면 얕을수록 좋겠고, 공부를 한다면 깊이 연결되도록 만드는 게 목표가 될 것이다.


지식으로서 얕게 알고만 있는 연결망 : 의미 기억

"담배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사실이나 개념처럼 ‘무엇을 안다’는 수준의 지식. 쉽게 잊히고, 맥락 없이는 활용하기 어렵다. 주로 해마나 전전두엽에 일시적으로 저장된다.


경험적으로 활용 가능한 연결망 : 절차 기억

"담배를 여러 번 피워 봤다"

반복 경험 덕분에 자동 반응이 가능한 수준으로 자리 잡은 연결망. 운동 피질·감각 피질·연합 피질에 형성된 시냅스 경로를 기반으로 한다.


규칙으로서 다양한 곳에 응용 가능한 연결망 : 추상화된 의미 체계

"커피를 마실 때엔 담배를 같이 피워줘야 더 맛있다"

여러 절차 기억이 융합되어 다른 상황에도 재적용할 수 있을 만큼 정착된 상태. 관계와 패턴 인식에 유리해지며, 전전두엽–두정엽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신념으로서 흔들릴 수 없는 전제가 되는 연결망 : 자기 일관성 체계

"내게 금연을 요구하는 것은 내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다"

개인 정체성과 세계관의 일부로 체화된 연결망. 기본 사고망(DMN: Default Mode Network)과 감정계가 통합해 만든 가치 체계다.


이러한 회로는 단순한 정보 저장을 넘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핵심 스토리로 확장되기도 한다. 예컨대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감각은 단순한 경험의 집합이 아니라, 반복과 강화 끝에 굳어진 회로의 산물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