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로인간 1 변화편 #15
지난 시간에는 카페 사장님과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를 통해 편도체가 뜨거워지는 현실적인 원인에 대해 알아봤다. 그럼 뜨거워진 편도체를 잠재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리와 함께 실천적인 방식을 살펴보도록 하자.
외부 자극으로 편도체가 뜨거워진 상태에서는 자극을 제어할 수 있는 작은 틈 하나라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자극으로부터 확실하게 벗어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건 내 방일 수도 있고, 한산한 공원의 벤치나 뒷산의 산책로일 수도 있다. 어디든 마음에 들고 타인이 나를 방해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자. 이때 중요한 건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으로부터 벗어났는지, 이 시간을 무엇을 위해 쓰려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멀어지고자 하는 것은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인간’관계다. 힘든 직장에서 벗어나, 내 방에 홀로 앉아 SNS나 숏폼, 메신저를 켜는 것은 대피소에서 쉬는 행위가 되지 못한다. 단순한 디지털 디톡스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이라 위험한 것이 아니고 나와 그들을 비교함으로써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자극이 된다는 점에서 휴식이라 볼 수 없는 것이다.
인간관계로부터 벗어나서 내가 마주해야 할 것은 ‘생존 목적이 아닌 자극을 느끼는 나’이다. 조용한 방에 틀어놓은 음악일 수도 있고, 맛있는 커피, 아름다운 풍경, 시원한 공기, 재미있는 책, 무엇이든 좋다. 생존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사람에 치일 일 없는 시간이면 된다. 한 마디로 줄이자면 ‘나를 바라보는 취미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회복의 시간은 뇌의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신체 리듬과 감정의 균형을 유지하게 돕는다. 그런데 반대로, 뜨거워진 편도체를 식히기 위해 사회적 경쟁이나 인정의 쟁취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방식에 성공하면 보상 회로가 활성화되어 도파민이 분비되고, 그 도파민은 편도체의 불안을 잠시 덮어줄 수 있다. 다만 도파민은 빠르고 강렬한 대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회로를 구축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편도체를 제어하는 길은 바깥이 아니라, 결국 내 안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자유를 잃었다고 판단한 뇌는 즉시 편도체에게 의존한다. 아주 위험한 생존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가 납득한 상황이라면 에베레스트 정상도 정복할 수 있지만, 납득이 안 되면 광고 클릭 한 번에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둘의 근본적인 차이는 ‘내가 자유롭게 선택한 자극인가 아닌가’뿐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상황이 닥치기 마련이다. 같은 스트레스 자극이라도, 이 상황을 강제로 견딘다고 느끼면 뇌는 자유가 박탈되었다고 판단해 편도체를 소환한다. 반면 내가 선택한 결과라 받아들이면 견딜 만한 자극으로 분류되어 통상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핵심은, 나의 중요한 선택 조건을 선명하게 만들고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의 마인드셋이다. “재수생활에 쓸 비용을 보태기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카페 알바를 시작했다. 합격 전까지는 힘든 일이 있어도 버텨볼 생각이다. 하지만 누가 내 몸에 손을 대면, 그 즉시 그만둔다.”
이런 마인드셋을 가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둘째, 내가 무엇을 용납할 수 없는지를 실제 상황 전에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평소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대피소에서의 시간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세상은 예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준비를 반복하다 보면 점점 성공률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편도체는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가장 두려워한다. 예측을 포기하는 순간, 편도체는 다시 불안을 일으킨다. 결국 편안함은 통제가 아니라 ‘예측할 수 있는 나’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