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리는 다시 돌도끼를 생각할 수 있을까.

나를 개발해 줄 ‘선생’이 필요한 시대

by 최원재 면접코치

AI를 나만의 비서로 활용한다면, 그 비서는 내 역량만큼 나를 도울 수 있다. 가사 도우미를 고용할 때도 집안일을 알아야 일을 잘 시킬 수 있다는 말은 괜한 것이 아니다. 이미 많은 학생과 직장인이 AI를 활용해 문서를 생산하고 있지만, AI를 쓰는 사람에 따라 같은 주제라도 결과물의 차이가 크다. 한마디로 내가 똑똑한 만큼 AI를 더 똑똑하게 쓸 수 있다. AI가 내놓는 답을 그대로 옮겨 리포트와 보고서를 제출하는 사람은 결국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AI는 더 똑똑해지고 인간은 더 멍청해진다는 우려 섞인 시대, AI와 같은 추론 능력을 갖추는 방법은 무엇일까.


AI와 협업하기 위해 앞 장에서 AI의 학습 방법을 이해했다면, 이제는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나’의 학습을 돌아볼 차례다. 1990년대 이후 뇌 영상 기술의 발달로 ‘뇌의 가소성(Neuroplasticity)’ 개념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몸의 근육처럼 뇌 근육도 단련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반대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손실이 일어나는 것처럼, 뇌 역시 쓰지 않으면 퇴보한다.




뇌의 발달은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 기억력 등이 향상되는 것을 말한다. 이 장에서는 그중 ‘추론 능력’으로 한정해서 이야기해 보자. 추론(Reasoning)이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결론이나 판단을 이끌어내는 사고 과정’을 말한다. 이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형 AI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생성형 AI는 그저 ‘확률적 앵무새(Stochastic Parrot)’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현재의 LLM(거대언어모델) 구조상 당연한 지적이다. 그러나 정답을 맞힐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있기에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업무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인간은 진화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추론 능력을 발전시켰을까. 다양한 위협 요인과 결과 사이의 ‘관계적 추론(Relational Reasoning)’은 생존에 유리한 이점을 주었다. 미리 도망가거나 싸울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은 단단하지만 짧고, 나무는 길다. 만약 나무 끝에 돌을 묶는다면 내 팔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도 단단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결합적 추론(Combinatorial Reasoning)’이 돌도끼를 만들었다.


여담이지만, 필자의 아이들은 아빠가 끓여주는 라면은 한 번도 같은 맛이 없다고 한다. 끓일 때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와 소스를 조금씩 달리 넣기 때문이다. 물론 맛있으니까 아이들이 또 끓여 달라고 한다. 그 맛 또한 추론의 결과다. ‘A 재료는 B 맛을 내고, 또 다른 맛을 위해 C 재료를 결합한다.’ 인간의 뇌가 게을러진다는 것은 이러한 ‘시도’를 멈추는 것과 같다.


전기차 시대를 연 테슬라의 성공은 일론 머스크의 새로운 추론 방식 덕분이다. 그는 ‘배터리 팩은 비싸다’는 통념을 따르지 않고, 원재료 단위로 문제를 재구성하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스페이스X도 마찬가지다. 로켓 자체가 비싼 것이 아니라 제조 방식과 공급 구조, 업계 관행 때문에 ‘고부가가치 장비’가 되어버렸음을 발견하고, 관행을 타파하고 나아가 로켓을 재사용한다.





AI는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을 내놓는 ‘유추의 끝판왕’이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말하는 ‘제1 원칙(First Principle)’ 사고는 데이터에 없는, ‘제로 베이스’에서의 추론이다.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유일한 무기는 바로 이 근본적 추론 능력이다.

- 미국 인터넷 뉴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 2025년 11월


천재들의 교차 학습과 전이 학습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원제: Range: Why Generalists Triumph in a Specialized World)의 저자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현대 사회의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다양한 경험과 느린 학습, 그리고 유추적 사고를 통해 ‘생각의 범위(Range)’가 넓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조기 전문화의 길을 걸은 타이거 우즈와, 다양한 운동을 경험하고 뒤늦게 테니스로 진로를 정한 로저 페더러를 비교하며 후자처럼 다양한 ‘교차 학습(Cross Disciplinary Learning)’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교차 학습과 더불어, 배운 것을 다른 사례에 적용하는 ‘전이 학습(Transfer Learning)’도 현대 사회의 필수 역량이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 변화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정보를 연결하는 인재를 원한다.


스스로를 보통 사람으로 한계 짓는 우리는 과연 혁신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당장 맹수의 위협이 눈앞에 없는데 ‘살기 위해’ 도구를 개발할 마음을 먹을까?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다. 결국 AI 시대에 ‘생각의 힘’, 즉 각자의 추론 능력은 일종의 계급이 되어 부의 격차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돌도끼는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을까.


어느 시대보다 나를 개발해 줄 ‘선생’이 필요해졌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 제도에서 그런 선생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어진 시간 동안 지식을 일방적으로 설명해 주는 교수만 있을 뿐이다. 나의 생각을 가까이서 듣고, 어떤 생각이든 부정하지 않으며, 한 단계씩 생각의 틀을 깨주는 멘토가 있다면 어떨까? A를 생각할 때 B도 생각하도록 권하고, B에 대한 내 생각을 C에 적용하도록 유도해 준다면 분명 우리의 사고 수준(Level)은 진화할 것이다.


그 역할을 AI가 할 수 있다.


AI와의 첫 번째 협업 과제는 내가 지금보다 똑똑해지는 것이며, AI는 그것을 훌륭히 도울 수 있다. 조건은 단 하나다. 내가 그것을 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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