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코드 (2011) 감독 던칸 존스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의 파급력은 얼마일까. 모든 독서는 오독인 것처럼 똑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감상을 느끼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느낀 감정을 소중히 하고 기록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한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나를 전율케 하고, 내가 인생을 마주하는데 아주 멋진 대안을 던져준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건 없는 것 같다. 그게 비록 모든 사람이 똑같이 그 메시지를 전해받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SF영화의 놀라운 이야기 구성과 연출력에 감동하기보다 그 소중한 '메시지'가 이렇게 스릴 넘치는 허구의 이야기에 잘 숨겨서 세련되게 전달된 것에 크게 감동했다. 뻔한, 인생을 즐기고 하루하루 감사하자가 아닌....
우리 모두 누군가의 메신저여야 하는 걸까. 뻔한 삶과 모두가 힘들다 힘들다 투덜대로 신경질적인 이 세상에서 태평하게 사랑과 행복을 전하는 전도사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또는 문화라는 상품으로 가장하고 비밀코드처럼 우리 무의식에 메시지를 심어주는 진짜 메신저.. 심지어 의도하지 않고 내 안의 독소와 욕구(열정)를 분출하려는 것이 결과적으로 보는 이에게 엄청난 메시지를 던졌을 수도 있고... 우리 모두 쌍방으로 영향을 끼치고 받는 존재인 것이다. 나는 그걸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하고 강렬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인 거고.
이렇게 글을 써오길 잘 했다. 그 감정들이 흩어지지 않게 잡아둘 수 있어서. 미래의 나와 대화할 수 있어서. 과거의 나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어서 나의 현재에 확신을 가질 수 있어서. 나는 이렇게 미래의 나에게 이 글을, 이 감정을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
2012. 3. 21.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