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냥갑 Jul 18. 2017

내가 울고 싶다는데 왜 그러냐

눈물이 많은걸 왜 부끄러워 해야 했는지에 대해

나는 눈물이 많은 아이였다.

다시 생각해보니 어쩌면 어릴 때보다 커서 더 많이 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정정해서 말하면,

나는 눈물이 많은 어른이다.

눈물이 많다는 게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슬프다. 아니 슬프기보다 좀 화가 난다.

대체 어떤 여자가 '여자의 눈물'이라는 걸 이용해서 자기 목적을 달성했는지 얼굴이나 한번 보고 싶을 정도다. 대체로 어린아이들이 억지 울음 짜내면서 떼를 쓰는 거나, 약아빠진 여자가 눈물로 사람을 엿 맥이는 거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대개 그런 가짜 눈물은 남들이 봤을 때도 눈물을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게 간파된다. 몇몇 어리숙한 사람들은 속겠지만 안 속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니 그런 눈물에 피해를 본 사람은 너무 억울해할 필요 없다. 가짜라고 간파한 사람은 당신 말고도 있으니까.


하지만 눈물 때문에 진짜 억울한 건 이런 '가짜 눈물'의 존재 때문에 진짜를 오해받는 경우다. 운다는 게 슬퍼서도 있지만 억울하고 화나서 눈물이 활화산 마그마처럼 눈에서 폭발하듯 넘쳐흐를 때도 있는 거다. 억울해서 가련한 척하고 싶은 게 아니라 너무 억울해서 울화통이 터지는 상황인 거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눈물을 보이면 이런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헐 너 지금 우는 거야?'

꼭 말로 하지 않아도 그런 눈빛을 보낸다. 그런 경우 눈물이 난 내 쪽에서는 치부를 들킨듯한 기분이 든다. 멘탈이 약한 것처럼 보인다거나 보여서는 안 되는 면을 보인 느낌. 성인이 된 이후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눈물을 보인다는 건 약점을 보이는 것 같은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다. 상대의 눈물을 보고 나면 이겼다 같은 눈빛을 보내는 이도 있다.

'하아. 쟤는 불리하면 울어버리는 애니까 상대할 가치가 없어'라고 눈빛은 말하고 있다.


내게 그런 눈빛을 보낸 이들에게 이 말을 쏟아내고 싶다.

말싸움하다가 내가 눈물을 흘리면 그건 땀 흘리는 거랑 같다고 생각하라고! 그냥 나오는 거야!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 게 아니라고! 땀난 거야! 넌 땀을 컨트롤할 수 있니? 상대방이 땀난다고 '아 얘는 감정 컨트롤이 안되고 있구나. 계속 대화할 가치가 없어'라고 하냐고? 땀이라고 땀!


눈물을 흘리면 몸안에 독소가 배출되어서 건강에도 좋다는데 눈물 억지로 참아서 병날 바에는 실컷 우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속 시원하게 우는 거, 울고 싶을 때 우는 거, 눈물 많은 게 부끄러운 게 아닌 거,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줬더라면 나는 좀 더 내 눈물에 당당할 수 있었지 않을까. 눈물 많은 내가 싫지 않고 그런 나라도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게 느끼지 않았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