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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Dec 06. 2017

새로 알게 된 가족의 모습

아빠, 엄마, 할머니, 그리고 그분들과 인연이 있었던 모든 분들

7시간만 지나도 며칠 지난 것처럼 가물가물하구나. 아까 8시에 바로 썼어야 했는데.


어제 친척분들과의 저녁 식사는 내가 모르던 가족의 모습을 엿본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 일어나 고모와 고모부, 셋째 삼촌과 숙모를 위해 갓 지은 밥으로 유부초밥을 만드시는 엄마의 모습도 평소 때와는 다른 기분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나름 엄마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 5시 반에 일어나서 동생집으로 갔지만 엄마는 이미 3시부터 일어나서 준비하고 계셔서 난 옆에서 거의 다 만든 유부초밥 중에 내 몫을 우물우물 맛있게 먹으며 엄마 말동무를 해드리는 것 밖에 한 일이 없었다.


엄마는 항상 우리에게 헌신적이셨다. 어릴 적에는 내가 먹을 게 없다고 반찬투정하면 다른 반찬을 다시 해주시려고 하실 정도였으니까. 나는 그런 나의 어릴 적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부모님의 헌신에 응석 부렸었고 이기적이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 과분한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버릇없이 이용했었던 어린 내가 밉고 부끄러웠다.


아빠는 항상 친척 분들과의 관계가 좋으셨다. 사 남매 중에 둘째였던 아빠는 남자 형제로는 맏이 셔서 그런지 더욱 친척간의 관계를 중시하셨었다. 아빠의 누나인 고모 역시 북적북적한 모임을 좋아하시고 화통한 성격이셔서 나는 아빠의 맏이로서의 책임감과 고모의 모습들을 보며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어린 시절 나는 집에 가족 이외의 분들이 오는 게 불편했고 어른들이 오시면 거실을 지나 화장실을 가는 게 너무 불편했다. 처음에 인사하거나 밥 먹을 때 빼고는 내 방에만 있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어떤 때에는 미리 약속이라도 만들어 밖에 나갈 수 있더라면 속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아빠와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 누군가가 우리 집에 방문하기 전에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싶었다. 적어도 3시간 전에 누군가가 온다는 걸 알았더라면 마음이 그나마 안정될 것 같았다. 그런데 항상 그렇게 되지는 않았고 30분 전 또는 한 시간 전에 누군가가 온다는 걸 일방통보받은 나는 불만을 아빠에게 쏟아내고 아빠는 '내가 내 집에 손님이 오는 걸 너에게 일일이 허락받아야 하니?'라는 강한 어조로 내게 상처를 주셨다. 허락이 아니라 그냥 3시간 전에라도 알려주셨으면 했었다. 그게 너무 불만이었다. 내가 요구하고 있는 게 이상한 걸까? 답답하고 슬프고 화가 났었다.


지금은 독립한지는 6년, 내 가정을 꾸린 지가 3년이 다 되어가서 그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지 오래지만 지금도 내 가족을 제외한 누군가가 우리 집에 갑자기 온다고 하면 심장이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 들긴 한다. 지금 생각해봐도 아빠의 말씀은 너무 권위적이고 강압적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었을 거라 생각도 든다. 그래도 적어도 3시간 전이 아니라 너무 갑작스레 남의 집 방문하는 사람도 좀 어떤가 싶기도 한다. 집이 깨끗하지 않아 싫다던가 그런 건 둘째 치고서라도 사람마다 스케줄이 있는데 갑자기 30분 후에 그리로 가니 들르겠다던가 하는 건 사양하고 싶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나는 친척분들의 방문이 싫었던 아이였다. 아빠가 그 많은 친척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시는 것도 신기하기도 하고 저 정도까지 하실 필요있나 싶었다. 그런데 어제저녁식사 자리에서 그게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7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당고모를 키우다시피 하시면서 베푸신 것들이 당고모께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를 모셨던 우리 엄마와 아빠에 대한 감사함은 말로 표현을 못하실 정도로 각별하셨다고 한다. 할머니 모시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묵묵히 해내셨던 우리 엄마 아빠 역시 친척들에게 늘 베푸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서 보고 배운 그대로 하신 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움은 사람들에게 전염되어 더 큰 마음으로 돌아온다. 그걸 옆에서 이야기만 듣고 있던 나까지도 벅찰 만큼.


마음은 전염된다. 예쁘고 아름다운 마음이라면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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