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대화를 위해 전략을 짜다?!
지난번에 아버지와의 짧은 대화에서 크게 좌절을 겪고 나자, 섣불리 시도를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겁을 먹고 말았다. 아버지는 은퇴 전과 비교하면 시간적으로 여유로워지신 듯하지만, 당신의 인생을 재미나게 보내시느라 나에게 아주 많은 시간을 내주실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으시진 않은 것 같다는 판단을 지난번 통화를 통해 내렸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질문만 하면 아버지도 짜증을 내실 테고(실제로 '그건 네가 알아서 책을 좀 보던지 공부를 해라'라는 말을 들었다. 현재 나는 매우 쫄아있는 상태다.) 나 역시 모르는 상태에서 질문만 한다는 건 돌아오는 대답도 대부분 알아듣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운 좋게 최근에 JTBC에서 시작한 '차이나는 도올'이라는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KBS 명견만리의 김난도 교수 특강 몇 개도 다시 보기를 해보았다. 뭔가 중국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은 자신감이 조금씩 생긴 나는 혹시 그 방송들은 본 적 있으시냐고 전화로 여쭤보았다. 두 방송 모두 봤지만 아직도 중국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들이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아. 나는 이럴 때 답답함을 느낀다. 어떤 부분이 다른지 알려주면 좋은데 그런 말씀은 거의 안 해주고 잘못된 내용이 많다라거나 중국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식으로 튕겨내 버린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명견만리에 나온 영국인 북한 전문기자 앤드류 샐먼의 '북한 개방의 게이트를 선점하라'편은 공감한다고 얘기해주셨다.
생각보다 내가 공부해야 할 것은 많은 게 아닐까 하는 겁이 났다. 쉽게 시작했다가 겁먹고 지금은 그 공부량에 대한 방대함에 기가 눌릴 지경이다. 내가 중국에 대한 이해가 아버지만큼 있어야지 그제야 아버지와 동등한 대화가 가능하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 걸릴까.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시작한 게 이렇게 큰 프로젝트가 돼버리다니 좀 막막했다. 아버지와 대화가 가능할 때가 되면 나는 아버지를 잇는 중국 경제 전문가가 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김칫국을 마시면서 여러 고민이 들었다. 10년이나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걸려버리는 건 아닐까. 내가 중간에 지쳐 버리지는 않을까.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한평생을 공부하는 하는 사람들도 수두룩 할 텐데 난 겁 없이 뭐하는 거지. 단순히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어 한 것뿐인데 어쩌다가 이런 일을 벌여버린 걸까 하는 약간의 후회와 함께 말이다.
그래도 이상하게 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긴다. 상대를 이해하려면 상대방이 관심 가지고 있는 것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건 아니고, 한국에서 느끼는 중국에 대한 인식과 아버지의 의견을 바탕으로 나만의 시각으로 이해를 하고 대화를 하고 싶었다. 중국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나에게 있어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 하기인 셈이다.
일단 아버지가 쓰신 경제칼럼부터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는 전혀 읽어 볼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나 스스로에게 놀랐다. 읽어도 바로 이해가 가지는 않겠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러 번 읽다 보면 대화 속에서 그 얘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내 것으로 소화가 되어서 자연스러운 질문과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본다.
참고 자료 : JTBC 차이나는 도올
KBS 명견만리 - 150312 차이나 3.0 1편 두려운 미래 중국 주링허우 세대(김난도 교수)
150313 차이나 3.0 2편 중국발 쓰나미 생존의 조건 (김난도 교수)
151008 저성장 시대 생존법 2부작 1부 (김난도 교수)
151009 저성장 시대 생존법 2부작 2부 (김난도 교수)
<두둥! 대담 D-24>
통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음 달 5월 6일부터 1주일 간 남해로 내려가기로 했다. 원래는 단순히 부모님을 뵈러 놀러 갈 목적이었지만 이 연재를 시작한 이상, 직접 대면하여 정식 인터뷰하러 가는 느낌이 되어 버렸다. 그전까지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정말 뭔가 일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