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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Dec 06. 2017

실패 카운터

나는 몇 번의 실패를 했을까.

나의 부끄러운 실패들을 세어보려 한다. 실패 하나당 1점. 나는 몇 점을 달성할까.


중학교 때 반 아이에게 말실수를 해버렸다. 1점 띠리링

고등학교 때 한의사가 꿈인 것 같다고(티비를 보고) 들떠있다가 생물이 너무 어려워서 너무 쉽게 포기. 2점 띠리링

고등학교 때 직업인의 날에 우연히도 듣게 된 '건축은 종합예술'이라는 말에 운명을 느껴 대학교 전공을 건축학을 선택했으나 졸업할 즈음에 이걸 업으로 삼으면 안 되겠다 느껴 전공 살리길 포기.(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았고 건강도 잃고 인생의 재미도 없을 것이라 판단 내림) 3점 띠리링

잠이 많아 많은 밤샘 과제들을 해내기가 어려웠음. 마감을 제대로 친 학기가 거의 드물정도. (마지막 학년에는 마감을 한 것만으로 나에게는 기적의 해라고 기억되고 있다.) 4점 띠리링

고1 때까지 제대로 된 소설, 책을 읽은 적이 없었다. 교양이 제로였다고 해도 무방한 상태. 5점 띠리링

고1 때 담임이 나의 독후감을 보고 너무나도 잔인하게 너는 글을 못쓰는 것 같다고 하셨다. 6점 띠리링

중1 때에 모르는 영어단어를 동그라미를 쳤는데 너무나 많았다. 모르는 단어가 많은 줄 알고 동그라미 쳤었는데 그 단어들이 다 was였다. 영어 공부를 그 전에는 하지도 않았다. 7점 띠리링

연애고자였다.혼자 망상하고 혼자 권태기 오고 혼자 짝사랑을 끝내곤 했었다. 8점 띠리링

졸업하고 회사에 이력서를 마구잡이로 넣었다. 다 떨어졌다. 9점 띠리링

운 좋게 합격한 중소기업에서 잘해보려고 했지만 숨이 막혔다. 그렇지만 도 닦는 기분으로 3년을 버텼다. 결국 사표 던졌다. 10점 띠리링

사회적 기업 후원받겠다고 신청했다가 떨어졌다. 11점 띠리링

나라살림연구소에 기웃거리다가 제대로 활동 못하고 나와버렸다. 12점 띠리링

레진 만화공모전에 작품을 냈는데 마감시간 1분 넘겨서 제대로 내지도 못하고 광탈했다. 13점 띠리링

내가 만든 첫 책의 원본 파일을 잘 관리 안 해서 날려 먹었다. 14점 띠리링

회사 일이 싫어 고민하던 중에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를 했었다. 실습과목만 남기고 중단된 상태. 이도 저도 아닌 상태임. 15점 띠리링

한번 번역을 해서 책이 나오니 잘 될 줄 알고 출판사에 일 좀 달라고 메일 보냈는데 다 씹혔다. 깡그리. 16점 띠리링

도시텃밭에 관심이 많아 시작했는데 한여름에 너무 덥고 내가 만삭이라 흐지부지됨. 수확한 채소는 거의 못 먹음. 17점 띠리링

운동한답시고 요가도 하고 발레도 하고 필라테스도 하고 있는데 다 흐지부지됨. 18점 띠리링

영어 공부한답시고 포스트에 영어공부 매일 하는 것 올리기로 했는데 4일 만에 포스트 업로드 끊김. 19점 띠리링

아이 주도 이유식 포스트 한다고 했다가 애매하게 끝남. 20점 띠리링

코딩도 배운다고 조금 시작하다가 요새 며칠간 스탑 된 상태. 21점 띠리링

글쓰기 과외 전단지를 붙였는데 연락이 안 와서 22점 띠리링

저작권 에이전시를 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데 겁이 많은지 실행이 어려움 23점 띠리링

단순한 삶을 지향해서 물건을 적게 소유하고 싶어 하지만 물건 버리기가 잘 진척이 안되어 24점 띠리링

화장실 리모델링을 하려고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 금액을 줄이자니 내가 알아볼게 많아 천천히 진행하고 있는데 그게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25점 띠리링


이왕 실패한 거 50점 찍으면 뭔가 달라질까. 100점 찍으면 새로운 길이 열릴까.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더 많은 실패를 해도 괜찮다고 나에게 말하고 싶어서 실패 카운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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