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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Jun 27. 2021

배우는 법을 모르는데 어찌 제대로 배웁니까요

제대로 배우는 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

학원을 다녀야지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과거에 비해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무료로 칸아카데미는 물론 유튜브로 거장들의 통찰을 직접 보고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이제 돈이 없어 무언가를 배울 수 없다는 게 핑계처럼 들리기도 한다.


재료와 공구는 다 갖춰졌으니 이제는 배우기만 하면 된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제대로 배우는’ 방법말이다.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의 저자 스타니슬라스 드앤은 성적이야말로 최고로 형편없는 대체물이라고 표현한다. 어라? 우린 늘 성적으로 피드백을 받아왔지 않나? 그렇다면 공교육은 물론 우리가 지금까지 믿고 따라온 배움의 방법에 의문을 제기할 때가 된 듯하다. 하지만 공교육 타도를 외치면서 제대로 된 배움에 대해 모르고 지낸다면 그것 역시 문제다. 그럴싸하게 우리의 불안을 자극하는 사교육에 우리의 노후자금을 몽땅 털리고도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만 안겨주는 꼴이 되니 말이다.


책에서는 배움의 4개의 기둥인 주의(Attention), 적극적인 참여(Active Engagement), 에러 피드백(Erro Feedback), 통합(Consolidation)을 다루고 있지만 나는 좀 더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뤄볼까한다. 첫 번째 기둥인 주의(Attention) 파트에서도 언급되었다시피 뇌의 각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경계(Alerting) 없이 배움은 시작되지도 않으니 말이다. 우리는 주의를 집중하는 법부터, 그리고 우리가 어떤 것에 주의를 집중하게 되는지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책에서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주의 시스템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하며 설명하고 있다.


1. 경계 (Alerting) : 언제 주의를 집중할지 알려주고 우리의 경계 수준을 조정해준다.

2. 정향 (Orienting) : 무엇에 주의를 집중할지 알려주고 주의의 대상을 확대시켜 준다.

3. 집행 (Executive attention) : 주의를 기울인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고, 주어진 일에 적합한 절차를 선택하며, 그 집행을 제어한다.  


주의(Attention)를 언제, 무엇에, 그리고 어떻게 기울여야 할지를 알아야 제대로 배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배우고 있다 생각하는데도 잘못된 방향으로 배움을 이끌 수도 있다. 그것만큼은 끔찍하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오히려 역효과, 또는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정규교육을 받으면서 느낀 기시감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지 않다면 주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Alerting : 뇌의 각성을 이끌어내는 경고 시스템

Alerting, 경계라는 주의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는 뇌의 각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뇌의 경고 회로를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딴 데 정신 파는 일이 없이 온전히 과제에 집중할 수 있다. 비디오 게임이 아이를 산만하게 만든다고 절대 하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다. 비디오게임은 우리의 경고 및 보상 시스템을 잘 활용한 대표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적 고립, 시간 손실, 게임 중독과 같은 문제들을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고 시스템’의 효과를 잘 이용한다면 우리 뇌 가소성을 자극하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니 ‘뇌의 각성’이 주의 집중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배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Orienting : 스포트라이트

정향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 싶었다. 영어로 Orienting이라는 단어를 보니 비로소 방향을 뜻하는 한자어의 의미가 떠올랐다. Orienting 설정 시스템은 외부 세계를 상대로 스포트라이트 역할을 한다. 우리 주위에는 정보가 넘치다못해 지나치게 많다. 수많은 자극적인 정보들이 시급하거나 매혹적인 것처럼 위장해서 우리의 주의 집중을 앗아간다. 우리에게는 제한된 시간안에 제한된 정신적 자원을 어떻게 써야하는가라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러니 성공한 이들은 모두 ‘우선순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리라. <성공한 사람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도 우선순위의 중요성을 엄청나게 강조한다. 중요하지않고 급한 일에 하루의 대부분을 쓰고 있지 않냐고. 그렇다면 어서 그것들을 외주를 주거나 줄이거나 없애서,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들로 하루를 가득 채우라고 말이다. 결국 그런 일들이 나의 가치를 결정한다.


우리는 현재 목표를 정확히 정하고 우리 정신적 자원을 할당해야 할 자극을 취사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주의를 두기로 한 것들만 내 경험이 된다. 내 마음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대상들만 말이다.(My experience is what I agree to attend to. Only those items which I notice shape my mind.)’ - <심리학의 원리> 윌리엄 제임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든 걸 ‘확대’시킨다. 그러니 우리가 뭔가를 배우려고 하는데 그것에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면? 배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확대기와 선택적 필터 역할을 제대로 쓰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렇게 아까울수가!!!


실제로 주의를 집중하는 일에는 무시할 것을 선택하는 일도 포함된다 프랑스 철학자 알랭의 말은 오래도록 곱씹어야할 문구다. 배움을 극대화하려면 나머지는 어둠 속에 놓고 내가 선택한 대상에 환한 빛을 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 자극이든 내부의 잡념이든 우리의 뇌의 자원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어떤 것들로 인해 우리의 주의는 상당부분 깎여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니르 이얄의 <초집중>이라는 책을 통해서 어떻게 내부 계기를 발견하고 관리하느냐에 대한 깊은 고찰 역시 필요하다. 단순히 배우려고 하는 분야 책을 펼쳐놓고 ‘하루 2시간씩 공부!’라고 스케줄표에 적어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주의를 둘 수록 그 외의 것들은 전혀 보이지 않게 된다. 우리에게는 그런 몰입의 순간이 필요하다. 배움의 순간에는 더더욱 그렇다.


학생들의 정신이 딴데로 가있다면 교사가 무슨 말을 해도 그 메시지를 학생들은 인지하지 못한다. 인지하지 못했는데 배운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다. 단어를 외울 때도 그렇다. 그저 영어 단어를 외운다는 식으로는 우리의 정신은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1만시간의 재발견>에서의 내용처럼 목적의식있는 연습과 더불어 의식적인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제대로 된 방법론’을 알아야 한다.


Executive Control : 껐다 켰다하는 스위치보드

이 집행제어는 적절한 방향 지시 스위치를 선택해 열차들이 올바른 트랙으로 갈 수 있게 하는 철도 전문가를 떠올려 보면 된다. 우리는 정보를 하나씩 처리한다. 한 번에 두 가지 정신 작용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멀티 태스킹은 환상에 불과하다. 놀라운 건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때 일처리가 크게 지체되는 걸 우리는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좋은 예시가 책에 나오는데 첫 번째 자극이 의식적으로 처리되는 시간 동안 두 번째 자극은 글로벌 작업공간이 비는 순간까지 문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왠지 귀엽 ㅋㅋㅋ발 동동 구르며 문앞에서 대기타는 이미지가 상상이 됨ㅋㅋㅋㅋ) 그런데 웃긴 건 우리는 그 기다리는 시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첫 번째 자극을 끝낸 그 순간에 두 번째 자극이 짜잔하고 나타났고 그걸 정상 속도로 처리했다고 착각한다고 한다. 여기서도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의 인지적 한계를 알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생각에 관한 생각>이 너무 두꺼워서 아직 독파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뇌의 인지 편향에 대해 알면 알수록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 여러가지 동시에 일을 할 때에는 우리는 시간이 엄청나게 지체된다는 걸 우리는 모른다. 대신 행동을 일상화하는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서 숙고시스템이자 slow thinking인 시스템2로 가지 않고, 자동시스템이자 fast thinking인 시스템1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긴 한다. 단지 정말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서 제대로 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습관이라는 자동시스템을 만드는 게 참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확실한 건 빠르게 옮겨가는 것만 가능하지 오로지 한 가지 작업만 그 순간에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배움에서 필수 요소라고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의 저자는 말한다. 분산되면 일이 지연되는 것뿐만 아니라 시간과 노력도 낭비된다. 지나치게 장식해놓은 교실도 학생의 주의를 분산시켜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교육 분야 종사자와 부모님들은 이 사실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 어른들도 자기 일을 하면서 온전히 주의집중하는 법을 모르는데 아이를 집중시키고자 하는 것 자체에서 모순되는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루고 싶은 주제가 너무나도 많았다. 배움의 정의, 과학자처럼 추론하기, 호기심을 북돋는 법, 얼굴 인식, 언어의 고속도로, 좋은 에러 피드백 방법, 수면의 중요한 역할 등등 말이다.


아이들 또는 어른들에게도 밤을 새서 공부하는 게 열정적인 것처럼 말하는 시대에,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책을 만나는 건 언제나 반갑다. 수면을 등한시하는 사람치고 실력자는 없다. 그 중요성을 가장 처음 알려준 게 <에센셜리즘>의 저자 그웬 맥커운이다. 이처럼 좋은 책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엄청난 통찰을 안겨준다.


<평균의 종말>만 읽었더라면 오해했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위에 언급된 책들을 함께 읽으니 함께 버무려지면서 엄청나게 묵직하고 통쾌한 해결책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내가 독서와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평생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에 배움에 대한 제대로 된 방법론을 모르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손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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