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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Oct 03. 2021

폐교 리모델링에 로망이 있다면 갖춰야 할 10가지

돈만 있으면 된다고요?! 노노 노우!!!!

부모님의 은퇴 후 행보(?)로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운다. 아래 글은 예상치 못하게 16만 조회수가 넘을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글이다. 이 글로 구독자도 갑자기 몇백명이 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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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은퇴 후에 연고도 없는 남해에서 사시다가 마음 속 결핍을 느끼셨다. 그리고는 작정을 하시고 더 큰 집을 찾으러 다니셨다. 단순히 큰 집이 아니라 마당이 넓은 집말이다.


다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사람이 흔히 은퇴 후에 느끼는 감정이다. 하지만 ‘실행하거나 하지 않고’로 큰 차이가 벌어진다. 우리 부모님은 투자로써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으셨다. 그리고 그냥 실거주를 위한 집을 원하셨다.


여기에서도 많은 이들이 나눠진다. 다들 자신의 목적이 실거주인지 투자 목적인지 확실히 정하지 않고 부동산을 찾아다닌다. 그래서 둘 다 제대로 잡지 못하고 실패를 겪게 된다. 투자라고 생각하며 알아보다가 투자에 실패하면 실거주였다며 자신을 속인다.


우리 부모님께 부동산 투자는 관심밖이었다. 그저 두 분이서 텃밭을 가꾸고 오손도손 재미나게 지낼 수 있는 잔디밭이 넓은 집과 근처에 아빠가 낚시할 수 있는 곳을 찾으신 거였다. 그렇게 부모님은 아무 연고도 없던 남해에서 또 다시 아무 연고도 없는 여수로 이사를 가셨다.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 위해 남해에 살고 계실 때부터 아빠와 엄마는 시간이 날때마다 자동차를 몰고 서해를 따라 쭈욱 내려가며 집을 보러 다니셨다. 그냥 무작정 임장으로 부딪힌 것이다 ㅋㅋㅋ 두분의 목적은 확실했다. 텃밭 그리고 낚시를 할 수 있는 바닷가 근처.


내가 부모님의 폐교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하시고 부러워한다.그런데 부러워’만’ 하는 사람은 여기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이 이야기로 독자 분들 모두 각자 자신 안의 욕망에 눈뜨길 바라면서 글을 써본다.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산다고 하면 다들 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은 아래 10가지다.


1. 부부 사이가 좋아야 한다.

배우자란 함께 항해를 하는 팀이다. 한 사람은 북쪽으로 가겠다하고 다른 사람은 남쪽에 가야한다고 하면 그 배는 어디로 갈까. 그렇다. 그 어디도 가지 못한다. 제자리에서 오히려 서로의 발목을 잡는다.


배우자 중 한 사람 건강이 나빠져도 문제다. 함께 놀러 다닐 수도 없다. 30대인 내가 부모님의 은퇴를 보면서 부부 금슬의 중요성과 건강을 그 무엇보다도 중요시하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2. 돈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배우자 취향의 확고함

취향이 너무 확고해도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자신의 취향이 확고하면 타인의 취향에 대한 존중도 기본적으로 있다. 왜냐하면 내 취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에 타인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공감하는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취향이 없는 것이다. 취향이 없다는 것은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것이다. 그건 엄밀히 말해서 뭘 해도 시큰둥하다는 것과도 슬프지만 어느정도 맥락을 같이 한다. 내가 무엇에 열광하고 행복해하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은 정작 행복한 상황이 와도 행복한 줄 모른다. 감사할 것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만큼 불행한게 또 있을까?


3. 자식들과 사이가 좋아야 한다.

자식들과 사이가 안좋은 어르신을 여럿 보았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노년에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그리고 자신 앞에 맛있는 음식과 평생 쓰고도 남는 돈이 놓여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순간 느껴지는 자신의 마음에 집중해보자. 돈과 사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면서도 가족과 행복한 사람은 무수히 많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기때문에 사이가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기생충 영화에서도 대사가 나오는구나) 솔직히 해줄 말이 없다. 그런 사람은 아무리 좋은 얘기를 들어도 자신이 믿고 있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얘기만 들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말투, 생각, 가족에게 어떻게 대하는지가 자신을 둘러싼 경제적인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4. 잡다한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

잡다하다는 것은 나쁘게 들릴 수 있지만 오히려 주체적이라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무엇을 trade-off할지는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부자가 되기를 꿈꾸면서 ceo는 편하게 명령만 내리는 줄 아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이와 비슷하다. ceo는 모든 잡무를 다 하는 비정규직이다. 그리고 그걸 다 알아야 제대로 아는 사람에게 맡길 수 있다. 자잘한 것을 하기 귀찮다면 수동적인 삶을 살면 된다. 그리고 평생 주체적인 삶이 얼마나 다른 세상을 열어주는지 알지 못하고 삶을 끝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원 생활을 열망하면서 실행을 못하는 이유가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남들의 삶을 부러워만 하고 시간을 낭비한다. 주체적으로 일을 찾아 할 줄 안다는 것은 자유로워진다는 얘기다. 내가 고칠 수 있다면 굳이 말도 안되게 큰 돈을 들여 호갱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고 내가 고치는 것보다 싸다고 생각되면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된다. 그걸 판단할 줄 모르면 주식을 비싸게 사서 본전도 못건지는 개미투자자와 다를바없다.


5. 작은 것에 감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작은 것에 감사한다는 태도는 삶을 크게 바꾼다. 그저 소확행과는 다르다. 감사하니 더 나누려고 하고 베풀게 된다. 최악인것 같은 순간에도 감사할 것은 분명이 있다. 그걸 찾느냐 못찾느냐로 삶이 더 나아지느냐가 결정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6. 내 손으로 뭔가를 고치는 일을 좋아해야 한다. 좋아하다 못해 엄청 뿌듯해 해야 한다.

이것도 4번과 5번과 어느정도 맥락을 같이 하는 얘기다.


7.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

진사회성 동물인 우리는 결국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그걸 싫어한다면 어디를 가든 살기 힘들어진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잘 지내고 계시냐, 주민들 텃세는 없냐는 말을 자주 여쭤보신다. “나는 서울에서 왔는데 이렇게 잘 나갔는데… “하며 뻐기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대게 그런 사람들이 서울로 다시 돌아가 “주민 텃세가 심해서 역시 어느 지역은 별로”라는 이상한 말을 퍼뜨린다. 타인을 존중하면 욕먹을 일이 없다. 결국 거기 있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기에 따라서라는 걸 아빠를 보며 느낀다. 연고도 없는 남해에서도 그랬고, 여수에서도 우리 엄마 아빠는 너무나도 잘 지내신다.


8.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

호기심이 많지 않다면 금방 서울로 돌아오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의외로 자신과 마주하는 것을 괴로워한다. 그렇기에 스마트폰을 보고 티비를 본다. 자신과 마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바람 소리도 풀 냄새도 새 소리에서도 무언가를 발견해낸다. 계절의 변화에서도 새로움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서 살든 행복하다.


9.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

1번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건강을 챙긴다는 건 영양제를 챙겨먹는다는 게 아니다. 운동을 매일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간단한 요리는 기본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건강이야말로 장기투자의 기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다들 그냥 서울에 있는 비싼 실버타운에 가고 싶어하는건가. 돈만 있으면 못갈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자기가 자기 건강을 못챙기는데 아픈 다음에 누가 챙겨준다고 무슨 소용인가 싶다. 나의 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여야 한다.


10.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

집만 사고 빈털터리가 된다면 노후 파산이나 마찬가지다. 일을 하지 않고도 수익이 들어오려면 재태크나 연금, 심지어 블로그나 유튜브, 팟캐스트라도 자신만의 취미가 있어야 한다. 이제 장년층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유튜브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시대가 되었다.

좋은 집에서 유유자적 지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티비만 본다면 그냥 지금 집에서 살면서 외부는 자연속이다 상상하며 지내는 것과 다를바없다.


10년 후 20년 후에 나도 저런 곳에서 살아야지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지금 당장 그 집으로 이사할 수 있는 돈과 여력이 생겼다고 상상해보자. 그 다음에 매달생활비가 고정적으로 나올 수 있게 재테크를 하고 있나를 체크해봐야 한다. 그게 반드시 임대수익일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최소한의 고정지출에 대한 개념이 잡혀있어야 그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매달 자동으로 들어오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당연히 좋지, 싫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 그런데 내가 은퇴하고 나서 그런 금액이 나올 수 있게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내 은퇴 나이가 몇 년 후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게 가장 큰 문제고, 그렇기에 지금 당장 뭘해야할지도 몰라 그냥 사는대로 사는 경우가 많다.








이번 달에 부모님 만나러 여수에 갈 예정이다. 아이들은 처음 비행기를 타본다. 나도 괜히 들떴다. 이제 영상으로 남겨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편집을 잘 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편집이 대수인가. 하다보면 늘겠지. 이것도 실행이다. 실행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나는 내 삶을 안티프래질하게 만들기 위해서 나 자신을 실행의 덩어리로 만들 예정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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