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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Apr 20. 2018

자존감 도둑에 대처하는 자세

언제 훅 들어올지 모르는 그 강도 같은 녀석

자존감에 관한 책도 많이 나왔고 자존감이 개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알려졌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렇게 내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을 모두가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


자존감이 언급조차 되지 않던 때에는 모두들 바깥에서 원인을 찾기 바빴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도 아무 거리낌 없이 했었던 것 같다. 자존감의 존재가 수면 위로 올라왔음에도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낮은 자존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이던 사람에게조차 자존감 도둑은 시시때때로 나타나니 말이다. 자존감을 높게 유지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의 자존감 도둑은 생판 모르는 이로부터 시작해서 별 관심 없지만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직장상사, 동료, 동네 주민 등등), 그리고 아주 가까운 사람까지 다양하다. 모르는 이에게 헛소리를 들으면 기분이야 뭣하지만 개똥 밟았다 생각하고 잊거나 훌훌 털어내기도 쉽다. 하지만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 날리는 쨉은 정말 미쳐버릴 때가 많다. 자잘한 쨉이라서 뭐라 대꾸할 수준도 아닌 것 같아 넘어가지만 그게 결과적으로 강한 펀치가 되어 나의 자존감에 크나큰 타격을 입히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뭐라 하기 애매한 관계라 사이가 어색해질까 봐 참고 참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자존감 도둑 최종 보스는 사실 아주 가까운 우리 가족이다. 아참, 친구도 강력하지만 그 해결방법은 의외로 쉽다고 할 수 있다. 정말 친하다고 생각되는 친구에게 나의 자존감에 스크레치를 입히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 오히려 방법은 2가지로 간단하다. 그 관계를 바로 끝내거나 나는 그 말에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았다라며 당당하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 후자처럼 했을 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진정한 친구인 것이고 아니라면 관계를 끝내는 게 답이다. 좋은 사람들하고만 인연 맺고 살아도 짧은 인생인데 뭣하러 나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이를 친구라 착각하고 평생 끌고 갈 것인가.


그런데 최종 보스인 가족은  어렵다.  어렵냐고 하면 사과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사과를 받아도 상처는 남는다. 가족이란 나의 장점 단점을 가장 가까이서 알고 있고 그대로의 나를 받아줄  있는 존재라고 믿고 있었던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이에게 듣는 말은  트라우마로 남는다. 적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고 했나. 가족을 적이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존감 도둑으로서는 아주 강력하다. 강력하다 못해 강도 수준으로 봐도 된다. 나의 자존감을 탈탈 털어버리는 바이킹 해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당신이 자존감이 낮은 이유의 대부분이 가장 가까운 가족의 영향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린 시절부터 알게 모르게 야금야금 자존감을 갉아먹히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가족을 아주 나쁜 존재로 매도해버리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부모님 또는 아주 아까운 가족이 별생각 없이 당신에게 자주 했던 말들에 이미 익숙해져서 모를 뿐 사실 우리들은 많은 상처를 받아왔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고 하면 당신은 엄청난 자존감을 가지고 성인이 되었을 테고 사회에 나와 그 어떤 자존감 도둑을 만나도 쪼랩으로 느껴져 그냥 반사해버릴 수 있는 여유가 이미 생겼을 것이다.


가족이 나의 자존감 도둑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자존감을 스스로 지켜내야 하고 더 강하게 키워내야 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남의 자존감 도둑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중요한 만큼 남도 소중하기 때문에 자존감을 떨어뜨릴 언어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에게 자존감 도둑이었던 나의 가족 또한 자존감이 낮았던 피해자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들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알게 모르게 받아왔던 상처들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자존감 강도(?!)인 우리 가족에 대한 연민이 생기기 시작할 수도 있다. 내 코가 석자이긴 하지만 우리 가족 또한 상처받아와서 남의 상처를 보듬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던 것이구나하고. 이런 마음이 생긴다면 당신의 자존감은 당신 스스로의 힘으로 미약하게나마 높아진 것이다. 아주 멋진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존감 도둑에게 도둑맞고만 살았지 스스로 자존감을 자급(?)하는 법에는 익숙하지 않다. 자존감은 남에게 인정을 받아서 생길 수 있는 게 아니다. 도둑맞기는 쉽지만 다시 누군가로부터 돌려받기는 어려운 메커니즘이 자존감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상처 줘서 미안하다며 가족이 오랜 옛날 얘기를 꺼내며 사과를 한다고 해서 자존감이 다시 쭈욱 올라가지는 않는다. 낮아진 자존감은 내가 알아서 찾아야 한다. 참 까다로운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건강을 챙기려고 좋은 먹거리를 사 먹고 운동을 하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자존감을 끌어올릴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자, 자존감 도둑은 또 언제 훅 들어와 나를 갉아먹을지 모르니 미리미리 자존감 키우는 훈련을 해놓자. 낮아진 자존감은 끌어올리기 쉽지 않으니 얼른 서점에 달려가 자존감에 대한 좋은 책들을 찾아보고 연구해보길 권한다. 나는 최근에 알게 된 너새니얼 브랜든의 '자존감의 여섯 기둥'이라는 책으로 자존감에 대해 잘근잘근 씹어먹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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