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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Jan 02. 2022

의외의 발견

잊고 싶지 않아서 써재끼는 글

요즘 의외의 발견을 종종 한다.


발견 1. 위기나 차선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경우.

예시 1) 나는 항상 낮 시간대에 비행기를 타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려는 날짜의 비행기 티켓값이 너무 비싸서 그날 중 가장 싼 시간인 오후 5시쯤 비행기를 예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에 여수에 도착하면 배도 고플거고 여수에 도착했을 때는 어두울 것이고 애들은 피곤할 것이라 생각해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타보니 비행기 바깥창문으로 최고의 노을을 볼 수 있었고 여수 상공에서는 예쁜 밤풍경을 볼 수 있었다. 생각했던 걱정거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걱정거리가 있었다는 것 자체를 잊을만큼.


예시 2) 항상 새벽에 달렸었다. 그런데 휴가를 오다보니 서울에서의 시간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저녁시간대에 달리기도 하고 쨍쨍한 낮에 뛰기도 했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도 싫어서 피하고 싶었던 저녁 시간대 달리기를 하다가 문득 하늘을 봤는데 최고로 예쁜 여수 밤하늘을 볼 수 있었다. 별이 엄청 많았다. 그 순간 바로 아이들이 생각이 났다. 바로 집으로 들어가 이미 잘 준비를 다 마친 아이들의 옷을 다시 입혔다. 그리고 아이들과 깔깔대며 잔디밭에서 누워 별을 봤다.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첫경험이었을 것이고 나 또한 아이들과는 첫경험이었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발견 2. 아이들은 하지 말라는 것을 한다. 근데 어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첫째는 꽤나 엄마인 나의 말을 잘 듣는 아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 육아 당시 모든 아이가 이런 줄 알았다. 그런데 둘째는 잘못한 일을 했음에도 혼나면서도 웃는 아이다. 미칠 것 같았다. 근데 또 귀여움으로 마구마구 앵긴다. 그래서 가끔 풀리기도 하지만 어떨때는 진짜 폭발할 때가 있다. 하지말라는 걸 자꾸 알면서도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울면서 안하겠다 약속하기도 하고, 내가 차분히 달래면서 진지하게 그러지 않기로 약속했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사악한 표정으로 또다시 하지말라는 짓을 한다. 그걸보면서 아이들에게 내가 인내하고 해결법을 모색하듯 '어른에게도' 비슷한 방법으로 대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다큰 어른이 하면 안되는 일을 하면 무진장 열받는다. 귀엽지도 않다. 후에 화가 풀리지도 않는다. 근데 그 사람도 결국 누군가의 아이였고 아이들이 이렇게 사랑스럽듯이 그 어른도 사랑스러운 아이였던 시절이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 포용력을 키워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든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그러니 이 방법을 써봐야겠다.


그러고보니 내가 최근에 아이들이랑 읽고 있는 영어그림책 <Oh-No! George>에서도 강아지 조지가 그렇다는 걸 깨달았다. I said I'd good, I hope I'd be good. but...하면서 또 하지말라는 걸 하는 조지. 하... 열받을 때마다 이 그림책을 떠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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