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냥갑 Jan 31. 2022

딱 3주 만에 느낀 놀라운 경험

이래서 중요하다… 중요하다… 하는구나…

나는 이미 습관잡혀 있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편이었다. 특히 운동에는 말이다. 매일 달리기를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한지 2년이 다되어가기 때문에(오늘로 1 + 307일차) 그다지 달리는 거리나 신체적 변화에 대해 느끼지 못했었다. 환절기마다 감기 걸리는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당연한 세상의 이치인  알고 살던 내가, 달린  2년이  되어가도록 감기에 걸리지 않은  달리기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심증만 있던 찰나였다.


그러던 중 이번 경험이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부모님 댁에 아이들과 3주간 휴가 겸 출장을 갔었는데, 그 시기 동안에 매일 2킬로 달리던 걸 1킬로로 줄이게 되었다.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달리는 코스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냥 달리기만 한다면 내 몸은 예전 그대로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휴가를 마치고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 다시 원래 하던 대로 2킬로를 달렸는데 이상하게 다리가 아팠다. 골반도 아팠다. 그냥 피곤해서겠거니 생각했는데 며칠 후 몸살이 오면서 이건 심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3주간의 휴가와 나의 평소 서울에서의 루틴이 무엇이 다른지를 곰곰이 따져보기 시작했다.


나는 서울에서 매일 2킬로 달리기는 물론 첫째 아이 어린이집 등하원을 위해 매일 1.8킬로 거리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러니 결국 2킬로 달리기 + 3.6킬로 걷기가 나의 매일 루틴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3주간… 고작 3주간 나는 1킬로만 달리고 걷기가 전혀 없던 생활을 했더니 그간의 1년 9개월간의 달리기가 허무하리만치 나는 감기에 걸려버렸고 원래 루틴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습관이 이렇게 강력할 줄 나는 몰랐다. 그냥 매일 걷기에서 조금씩 달리기로 늘려서 1킬로 달리기, 그렇게 2킬로… 그러다가 매일 4킬로 달리기로 하다가 다시 2킬로로 정착한 지금 나는 내 건강상태가 그냥 당연한 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다 지금까지의 매일매일의 루틴이 나를 이 상태를 ‘정상’으로 만들어주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더더욱 나의 습관에 감사하고 더 제대로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이들이 1달만 하다가 결과가 나오지 않아 무언가를 그만둔다. 식습관, 운동, 영어 공부, 독서, 새벽 기상 등…


하지만 내 루틴이 고작 3주 만에 깨질 뻔했듯이 무언가를 쌓아가기 위해 조급하게 무리하는 것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 내가 매일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영어 원서 읽기와 최소 한 줄 영작, 매일 글쓰기 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또한 내가 운동을 습관으로 잘 쌓아왔기에 가능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다.


습관의 강력함을 아는 사람이 더욱 강력해진다. 꾸준함은 어렵다, 의지가 있는 사람만 한다는 얘기를 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평생 살 수밖에. 하지만 나는 웬디 우드의 <해빗>이라는 좋은 책을 읽어버렸고, 뇌과학에 관한 책들을 통해서 시스템 2(숙고 시스템, slow thinking)를 시스템 1(자동시스템, fast thinking)로 만드는 게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알아버렸기에 멈출 생각이 없다.


달리기도 그냥 달리기가 아니고, 걷기도 그냥 걷기가 아니었구나. 3킬로 넘게 내가 나무를 보며 명상하듯 등하원길에 산책하던 그 길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금 느끼는 오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신건강 끝판왕이 나타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