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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Feb 12. 2022

겁이 많은 새

누구나 한 마리쯤 키우고 계시지 않나요

나는 그다지 겁이 많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쫄보이긴 해도 나름 할 말을 다 하기도 하고, 불합리한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오지랖도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내가 겁이 많다고 느낀 건

어릴 때부터, 아니 어릴 때만 좋아했던 그림 그리기를 다시 그릴  있을까 망설이면서  감정에 대해 바라보게 면서부터다.


운명이란 건 잘 믿지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쉬운’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꼭 픽사 영화 ‘소울’에서 나온 이야기처럼은 아니더라도 어떤 아이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그런거 말이다.


나에게 재능을 바란 건 아니었다. 그런건 꾸준함과 몰입이라는 강력함이 뛰어넘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겁’이 많아서는 그 꾸준함도 몰입도 얻어낼 수 없다. 자꾸 도망가기 때문이다.


나는 미술을 배운 적도, 부모님이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그리는 게 좋았다. 어린이집 다닐 때 이야기다.

그 때 다른 친구들과의 그림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림그리기를 즐겼다는 걸 말이다. 어린 마음에도 내가 그 친구들 중에서는 가장 잘 그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나는 멈춰버린 것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무언가 대단한 걸 그리고 싶은 마음에 나는 그리지를 못했다. 한 줄 선 긋기도 힘들었다.


 당시의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알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림을 그리는  대신에 글을 쓴다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도 계속 그림에 대한 애틋함,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근데 무서웠다. 누가 옆에 지나가기만 해도 퍼드득 날아가버리는 새처럼 나는 그냥 내 그림에 대한 욕구를 놓아버리곤 했다.


렇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다른 건 다 습관으로 잘만 만들었으면서 왜 그림은 아주 미친듯이 작게 시작을 못하는 걸까. 새벽 기상도, 매일 달리기도, 매일 영작도, 스페인어도, 코딩공부도 심지어 매일 글쓰기도 그렇게 해냈는데 왜 그림은 안될까 생각해봤다.


다 욕심과 기대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제 좀더 그림에 대한 과도한 감정을 내려놓고 습관으로 만들려고 한다.


내가 결국 하고 싶었던 건 한 가지였다.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사진이든 영상이든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주었으면 한다는 것.


그 매체가 무엇이 되었건 결국 그거다. 다들 그걸 위해 살아간다.


https://m.blog.naver.com/onekite1025/222208636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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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9일 습관으로 만들지 못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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