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마리쯤 키우고 계시지 않나요
나는 그다지 겁이 많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쫄보이긴 해도 나름 할 말을 다 하기도 하고, 불합리한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오지랖도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내가 겁이 많다고 느낀 건
어릴 때부터, 아니 어릴 때만 좋아했던 그림 그리기를 다시 그릴 수 있을까 망설이면서 그 감정에 대해 바라보게 되면서부터다.
운명이란 건 잘 믿지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쉬운’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꼭 픽사 영화 ‘소울’에서 나온 이야기처럼은 아니더라도 어떤 아이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그런거 말이다.
나에게 재능을 바란 건 아니었다. 그런건 꾸준함과 몰입이라는 강력함이 뛰어넘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겁’이 많아서는 그 꾸준함도 몰입도 얻어낼 수 없다. 자꾸 도망가기 때문이다.
나는 미술을 배운 적도, 부모님이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그리는 게 좋았다. 어린이집 다닐 때 이야기다.
그 때 다른 친구들과의 그림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림그리기를 즐겼다는 걸 말이다. 어린 마음에도 내가 그 친구들 중에서는 가장 잘 그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나는 멈춰버린 것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무언가 대단한 걸 그리고 싶은 마음에 나는 그리지를 못했다. 한 줄 선 긋기도 힘들었다.
그 당시의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걸 알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 대신에 글을 쓴다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도 계속 그림에 대한 애틋함,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근데 무서웠다. 누가 옆에 지나가기만 해도 퍼드득 날아가버리는 새처럼 나는 그냥 내 그림에 대한 욕구를 놓아버리곤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다른 건 다 습관으로 잘만 만들었으면서 왜 그림은 아주 미친듯이 작게 시작을 못하는 걸까. 새벽 기상도, 매일 달리기도, 매일 영작도, 스페인어도, 코딩공부도 심지어 매일 글쓰기도 그렇게 해냈는데 왜 그림은 안될까 생각해봤다.
다 욕심과 기대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제 좀더 그림에 대한 과도한 감정을 내려놓고 습관으로 만들려고 한다.
내가 결국 하고 싶었던 건 한 가지였다.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사진이든 영상이든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주었으면 한다는 것.
그 매체가 무엇이 되었건 결국 그거다. 다들 그걸 위해 살아간다.
https://m.blog.naver.com/onekite1025/222208636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