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냥갑 Feb 19. 2022

멀리보는 여우

눈앞에 급한 것만 보다보면 멀리 갈 수 없다

내가 왜 큰 숲을 보는 걸 좋아하게 되었는지 그 시작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히 기억나는 건 내가 목차를 처음에 보지 않고서는 교과서조차 진도를 나가기 어려워했다는 점이다.


그걸 이상하게 여긴 적이 없었는데 목차 스키밍을 하게 된 이후로 내가 얻은 게 정말 감사한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것또한 운이 많이 개입되었다.


멀리 보는 게 습관이 되다보면 조급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급한 일이 점점 더 줄어든다.


예전에는 신경이 날카로웠던 남편몬의 요즘 변화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얘기해도 받아들여주지 않았는데, 내가 계속 행동으로 보여주니 그 모습을 지금 남편몬이 그대로 하고 있다.


아이들이 소리지르고 짜증내도 어른은 차분하게 아이에게 말을 건다. 해야할 집안 일은 상대에게 말하기 전에 자기가 먼저 솔선수범한다. 아무리 몸이 고단해도 아이들 건강한 식사를 가장 먼저 챙긴다.


이게 과연 가능한건가 싶었는데 그걸 하고 있는 남편몬을 보면서 마음이 뜨거워진다.


예전에는 내가 일을 해야할 때마다 한숨 푹푹 내쉬며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아이들을 다그치던 그였다. 방문넘어까지 그 한숨이 들려 일하는 나도 지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목소리는 부드러워졌고 심지어 요리를 준비하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의 변화다.


멀리보고 감사하고 내가 해왔던 것에 의심을 갖지않고 계속 멀리볼 것이다. 그게 내가 선순환을 만드는 법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