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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Feb 20. 2022

살펴보는 사슴

사람들은 무엇을 찾고 있는걸까

책을 읽는 게 이렇게 재미있어질줄 몰랐다. 그러다보니 그냥 독서모임에서가 아니라 기존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독서모임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났다.


그렇게 나는 올해 초에 친구들에게 “새해도 되었으니 독서모임 어때”라는 뜬금없는 제안을 두 개의 단톡방에 던졌고,

한 카톡방에서는 깡그리 무시 ㅋㅋㅋㅋ를 당했고, 또 다른 단톡방에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대학교 밴드 동아리 친구들이었는데 그 친구들의 열렬한(?) 반응에 나도 얼떨떨하기도 하고 너무 기뻤다. 이렇게 여러번 말하다보면 언젠가는 통하는구나라며 감동받았었더랬다.


근데 한참 후에 사실은 이런 일이 일어난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거의 없는 기적같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존경하는 분도 책을 많이 읽으시지만 친구들과는 책 이야기를 거의 안하기도 하고 독서모임을 한 적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알게 되었다.


이게 정말 정말 감사해야할 일이구나, 내가 두드려서 된 게 아니라 운과 타이밍이 많이 적용되었겠구나’


라는 사실을 말이다.


독서모임에 대한 처음에는 열렬했던 반응도 3차 4차 모임이 되니 시들해져가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다들 생업에 바쁘기도 하고 책을 읽는 게 부수적인 요소로 느껴져서인지도 모른다. 그 모임에서 독서에 진심인 이는 나뿐이었다 ㅋㅋㅋㅋㅋ


나는 내가 이렇게 재미있고 짜릿함을 느끼는 것처럼 친구들도 자기만의 영역에서 책을 통해서 짜릿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이 모임이 재미있어져야만 했다.


독서모임이 어떻게하면 즐겁고 기다려지는 모임이 될 수 있을까?


원래부터 자기계발에 관심많은 사람들과 랜선 인연을 통해 만나 모임을 만드는 것은 <언어씹어먹기>라는 모임을 2년 넘게 해오고 있어 대충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찐친과의 모임을 오래 유지하는 프로젝트는 나에게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 도전도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사람들은 무엇을 찾아헤매는걸까. 인정받고 싶고,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아헤매고, 자신이 속한 곳에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길 바란다. 온전히 쉴수 있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자신의 취약점도 기꺼이 들어낼 수 있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원한다.


깊은 산속 옹달샘에 사슴이 찾아가서 물을 마시듯, 나는 친구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나에게 재미난 결과를 안겨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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