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나 아이나 잠이 왜 중요할까
언제부터 잠이란 존재에 이렇게까지 각별해졌을까.
아마 잠을 줄여야할만큼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10대~20대 때의 고민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잠을 줄여야지만 열정적인 것이라 생각했던 대학생 코찔찔이는 그렇게 잠을 줄이다가 큰코 다치게 된다.
그 이후부터였던거 같다. 나는 잠을 줄여서는 안되는 사람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래서 몸을 많이 사렸고 두려움도 커졌다.
그런데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내가’ 잠을 줄여서는 안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모두 잠을 줄여선 안되는 것이었단 사실을 말이다.
육아를 하면서부터는 수면은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잠을 못자면 사람이 미친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사실 그 전에도 육아가 수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탐구하던 나는 ‘수월한 육아’에 관심이 많았다. 아이가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고, 아프지 않는다면 육아는 수월할 것이다. 그런데 그 근본적인 핵심에는 ‘수면’이 있다는 걸 여러정보들을 찾으머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를 내 맘대로 ‘잘 자라 얍!’하고 재울 수는 없지만, 적어도 꼭 내가 재워주지 않아도 스스로 잠이 스르르 드는, 게다가 한밤중에 깨지 않고 통잠을 자게끔 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나는 열심히 수면에 관한 자료를 찾았던거 같다. 그렇게 나의 육아가치관과 맞는 책을 찾게 되면서 나의 육아도 수월해졌다. 사실 ‘잠’이 나의 육아를 구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질의 수면이 어른에게도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확신을 얻은 것은 <숙면의 모든 것>을 읽고나서였다.
수면부채(Sleep debt)를 갚아야지 뭐든지 선순환의 궤도에 오르게된다. 아무리 새벽기상이며 잠을 줄이겠다 난리를 치고 의지를 다져봤자, 수면 부채가 쌓인 상태에서는 면역력을 낮출 뿐이었다. 어른의 수면도 이와 같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이제는 낮잠 시간을 체크해야할 나이가 지나 만3살, 만5살이 된 우리집 나의 인생멘토 쪼꼬미들의 총 수면 시간을 다시금 보면서 마음을 잡아본다. 어른의 시간에 맞춰 아이의 수면 부채를 만들지 말고 아이 수면시간 확보를 우선으로 시간을 짜자.
그리고 건강한 마인드로 애들의 짜증이나 투정을 받아주기 위해서라도 부모의 양질의 수면도 중요하다.
어쩌면 우리는 재테크 이전에 상당히 많은 부채를 떠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수면 부채는 수면 부족과는 다르다. 갚을 수 없으니 부채인 것이다. 아무리 주말에 12시간 내리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고 나는 깨어있는 순간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효율적으로 일을 하려고 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질수는 없다고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을 가져야겠다. 잠을 챙겨야 머리가 맑아지고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수면이 먼저고 그 다음이 운동, 그리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에센셜리스트로 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그러니 누구나 양질의 수면 7-8시간 꼬박꼬박 자면서도 새벽 기상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포기할지 trade-off가 확실한 사람만이 원하는 삶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그 중 잠을 포기하는 건 선택지에서 제외해야한다는 것만은 확실히 기억해야 한다. 자신이라는 핵심자산을 오래도록 건강하게 키우는 현명한 장기 투자자가 되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