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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Nov 22. 2020

부모님이 독립하셨습니다

자식이 아니라 부모님이 독립했다구요?

저는 제 아이가 성인이 되면 독립을 시키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아직 5살과 두돌 꼬맹이입니다. 왜 벌써부터 아이의 독립에 대해 말하냐고 하신다면 그게 부모와 아이 양쪽에게 건강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부모님이 먼저 우리로부터 독립하신것과도 같은 생활​을 몇 달간 해본 경험이 제가 이런 생각을 할수있게 해준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혼 전에는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것들이, 육아에 대해 고민하고 부모님의 노후에 대해 생각하고 내 삶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뚜렷하게 보이는 것들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한 친구가 ‘부모님께서 대학등록금을 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그 이상의 도움은 부모님께 받기 싫다’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그 친구의 마인드가 너무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부모님한테 든든한 지원을 받는게 당연한걸까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미쳤을때 서운해집니다. 당연한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작은 것도 감사하게 됩니다.


어떤 이는 결혼할 때 시댁으로부터 원하는 만큼(?) 도움을 받지 못해 속상해합니다. 어떤 이는 받을 수 있을 때 받으라며 예물들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받습니다. 어떤 어르신은 자식이 결혼할 때 '남들만큼' 해주지 못했다며 미안해하시고 아쉬워합니다. 왜 그런 생각들이 굳혀진 걸까 생각해봅니다.


아이를 완벽하게 사람구실(?)하게 만들고 독립시키려는 마음의 오류

지금도 완전히 철이 들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가 독립하기 전까지 전 망나니 딸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엄마가 해주시는 반찬투정하며 옷도 제 방에 허물벗듯 벗어놓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가 취준생 때 독립을 하면서 제 삶을 저스스로 온전히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닥치자 제 행동들이 그제야 후회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밥먹는것도 편하고 정리안해도 잔소리들을 일이 없으니 정말 신났습니다. 그런데 그런 날이 반복되니 가끔씩 혼자 먹는 시간이 쓸쓸했고 잘차려진 따끈한 밥이 자동으로 차려졌던 게 당연했던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청소를 안해서 편했지만 집안이 어질러져 있으니 머릿속은 집안만큼 어지러웠습니다. 집안이 정리정돈되어있으면 기분도 상쾌할텐데, 정리가 안되어있으니 더욱더 게을러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혼자 생활하다보니 나의 생활패턴을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과 같이 생활할 때는 끼니를 거르는 일이 없었고 빨래도 가지런히 나의 옷장에 개어져있었으니 모든 게 당연했던 겁니다.


집값이 우리의 스트레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결국 집이 해결되면 그 이외의 경제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됩니다. 우리는 아이들 각자의 방까지 해줘야한다는 암묵적인 압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독립한 다음에는 어떨까요? 오히려 방 3~4개짜리 집은 두 사람이 관리하기 애매하게 크다고 생각해본 적 없으신가요?


그런 집을 평생 유지하기 위해 삶을 희생한다는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으신가요? 이런 작은 질문 하나가 저의 삶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다보니 본질적인 질문에까지 다다랐습니다.


아이를 독립을 시키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평생 아이를 독립을 못하는 인간으로 키우기 위해 부모님들이 힘든걸 견뎌온건 아닐겁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집대출금만 갚으며 살다가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길을 걸어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모든 부모님들이 아이들로부터 독립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독립적인 아이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결국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는 독립적인 어른으로 성장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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