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따뚜이 (2007)
*2009년 대학생 때 쓴 글
과거의 나와 대화나누는 거 같아서 진짜 색다른 경험이다.....후덜덜...
영화는 보고 싶은 그 순간에 본다. 그러면 어떤 형태로든 내게 만족을 가져다줄 것이다. 예상 밖의 결말에 실망할지라도 결국 보고 싶은 순간에 봤다는 건 가장 큰 위안이 될 테니까.
무겁고 우울한 영화는 보고 싶지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라따뚜이'가 보고 싶었는데 보길 정말 잘했다. 학교서 안 나온다고, 돈 내고 빌리긴 아까우니까 다음으로 미뤄야지 라는 생각을 버리고 오늘 보게 돼서 다행이다.
중학교 때와 건축을 하겠다고 마음먹기 이전의 나의 꿈에 대한 고민은, 대학교에 와서 끝난 줄 알았는데 해결되지 않은 채로 손 놓고 있었던 거였나 보다. 그냥 구석에 처박아 놓고 해결된 거 마냥 마음 놓고 있었던 거였다 보다. 학부는 어영부영. 난 학점에 Cool하니까. 졸업하면 일단 유학 가고, 그때 가서 어떻게든 되겠지. 왜 이렇게 한심했지? 아니 태평했을까.
나는 뭐가 하고 싶은지, 뭘 해야 즐거운 지조차 알 수 없는데 지금 4학년이 되어 버렸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싶다. 하루하루가 의미 있게 다가오고 내가 늘 무엇인가 깨달을 수 있는, 영감을 얻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것들에 둘러쌓였으면 좋겠다. 돈을 많이 받고 의미 없는 답답한 일을 하는 것보다 그게 더 좋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의미 있고 내가 보람을 느끼는 일이란 게 구체적으로 뭔지를 나 스스로가 모르고 있었다. 사실 어떤 일이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라면 찾을 수 있고 하루하루 배움의 연속일 테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문제가 커진다. 뭘 해야 할지 뭘 선택해야 할지 더더욱 선택하기 어려워진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순간 더 이상 그것은 취미가 아니게 되어버린다는 말은 정말 겁나는 말이다. 그럼 나는 적당히 괜찮은 월급에 자유시간이 있는 직업을 찾아 취미생활을 퇴근 후에 하는 걸로 만족스러운 삶을 보낼 수도 있는 건 아닐까.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단순노동이나 지루한 사무직이 어쩌면 내게 가장 맞는 직업인 것은 아닐까. 직업을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하다간 나의 자유는 더 이상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나는 여러 문화를 경험하는 것에 짜릿함을 느낀다. 여러 언어도 배워보고 싶고. 영어, 불어, 스페인어도 잘하면 재미있겠지? 독어도 알게 되면 또 흥미로울 거야. 하지만 중국어, 영어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새 것만을 배우는 건 어리석은 일이겠지. 일단 중국어, 영어부터 제대로 마스터하고 나서.
무조건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유럽 여행한지 한 보름 만에 집이 그립고 슬슬 지치기 시작했었지. 나에게 휴식, 휴가는 아쉬운 정도인 보름이 가장 적당한 지도 몰라. 한국 서울에 있으면서 좋은 곳이 얼마나 많은데 막상 계획 세우다 보면 귀찮아서 집에만 있던 적도 많고. 나란 사람은 돌아다니는 게 좋은 걸까. 아니면 귀찮아하는,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게 좋은 걸까.
내가 좋아하는 것. 영화보기. 일본 쇼프로나 드라마 보기. 뭔가 읽거나 보고 글쓰기. 팸플릿(영화) 모으기. 뭔가 잡지나 image가 있는 종이 모으기(글 쓰거나 콜라주 하려고). 버리기 않고 뭔가 모으기(언젠가는 어딘가에 쓸 것 같다). 책을 고르는 순간. 책 읽고 있는 순간(책을 많이 읽고 싶은데, 책을 읽고 있는 순간이면 너무 뿌듯하다). 뭔가 만들거나 꾸미기(시간 들여서 뭔가를 내 손으로 창작하는 것). 명화 보러 미술관 갔을 때(그 앞에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있을 수 있다. 배만 안 고프다면). 내가 쓴 글들이 어느새 한 권의 책 분량이 되었을 때(이렇게 의식하지 않고 그때그때 소중히 적어가면 어느새 한 권을 다 써가는 것 같다. 욕심 부리지 말고 하루아침에 다 끝내려 하지 말고 매일매일 조금씩 꾸준히...). 그 순간을 만끽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레시피 찾아서 맛있는 요리 만들 때. 가~끔 아주 심장이 터질 듯이 설레는 음악을 들었을 때. 혼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얘기들을 나누었을 때. 좋은 습관이 하나씩 늘어갈 때. 끄적끄적 대다가 영감이 떠오를 때. 하루하루의 스케줄을 해서 줄 그어 지울 때. 예쁘게 입고 밖에 나가서 걸을 때(자신감 짱!). 일찍 일어나서 하루가 길게 느껴질 때(TV를 안 보면 하루가 더 긴 것 같다).
그 외에 떠오르면 추가하겠지만
라따뚜이 special feature에서 'I LOVE this media'라는 말처럼 내 일이 진정으로 'I LOVE(러~브)~'라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나는 바로 취직해야 되는지 공부를 더 해야 되는지도 모를 정도로 혼란스럽다. 이번 방학이 끝날 때면 답이 나왔으면 좋겠다.
2009.7.1.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