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딜찾는 것보다 재미있는 일

내가 요새 푹 빠진 것

경제적 자유를 꿈꾸게 된 계기는 사회초년생 때 내가 처음 받은 월급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저것 가지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는데 그걸 다 못할 수 있다는 게 속상했다. 월급이 오르는 걸 기다려도 3배 5배씩 오르는 것도 아니니 나의 인생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나아질 기미가 없는 듯한 내 상황을 위로하고 싶어서 적은 돈으로도 어떻게 하면 하고 싶은 걸 할까 재정관리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디에 내가 돈을 쓰고 싶었는지 의도치 않게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었다. 내가 원래는 옷을 일정 주기가 되면 여러 벌 사던 사람이었는데 옷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못 찾는 짜증이 소비욕을 눌러버렸다. 새 옷을 사고 싶다는 욕구보다 내가 진짜로 마음에 드는 옷 몇 가지를 잘 관리하고 싶었다. 미니멀리즘에 눈을 뜬 것도 이때부터였다. 단순히 금욕이나 무소유가 아닌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을 잘 관리하면서 사는 삶에 매료되었다. 마음에 들지도 않은 물건들을 보관하는 비용으로 내 집을 창고처럼 쓰기 싫었다.

그러다 보니 소비에 대한 생각이 어느 순간 생산에 대한 관심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예전에는 뭘 사고 싶고 나는 뭘 원하지?라는 질문을 했다면 이제는 뭘로 경제적 자유를 누릴까?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다.

사실 돈이 많아서 좋은 차, 좋은 집을 갖는 것도 좋지만 어떤 걸 가져야 내가 행복하고 그걸 가진 후에는 뭐가 나에게 부족할까라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때 '뭐가 부족할까'는 물질이 아니라 내 마음속의 욕망과 결핍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신발은 내가 걷기를 좋아하니까 그걸 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쿠션감과 가벼움을 주는 좋은 신발이면 되었다. 나이키 러닝화 중에 신어보니 지금까지 신었던 운동화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가볍고 걷기 편한 신바를 신어보게 되었다. 나는 신발은 그거면 되었다. 더 좋은 쿠션감과 가벼운 러닝화를 찾는다면 그걸 신겠지만 그 가격이 20만 원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아무리 비싸도 10만 원 안팎일 것 같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소파는 어떤 소파일까. 색감이 예쁘고 관리가 쉽고 질리지 않는 소파가 좋다. 지금 집에 있는 청록색 패브릭 소파면 충분하다.

차는 어떤 차가 좋을까. 나는 사실 운전면허가 없다. 운전을 하면서 신경 써야 하는 것들(보험료, 교통체증, 난폭운전이나 음주음전에 대한 공포 등등)에 비해 얻는 것은 적다고 판단되어 지하철 타는 것을 선호한다.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고 시간 주도권이 나에게 있기 때문에 나는 지하철 타는 게 너무너무 좋다. 굳이 돈이 남아돌아서 차를 사야 한다면 전기자동차 테슬라 모델 X를 타고 싶다. 흰색 모델에 팔콘 윙까지... 뭐 그 정도면 됐다.

이렇게 나의 소비의 끝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뒤, 이제는 모든 걸 사업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passive income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걸 공부하고 어떤 걸 실행해야 하는지 늘 고민한다. 그중 하나가 글쓰기고 그다음은 그림 그리기다. 앱 만들기도 계획 중에 있다. 내가 배움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다.

처음 시작은 소비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사실 나는 이제 소비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제 나는 생산자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