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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Nov 01. 2020

출판사는 지금껏 전략을 잘못 세우고 있었던 건 아닐까

출판사라면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일 텐데....

나는 책이 좋았다. 옛날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고 중2 늦깎이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다독가였던 것은 아니지만 만화만 보던 아이가 책을 펼쳤다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었다. 중2 시절(하필 중2 때라... 약간 어둡고 허무하기도 한 일본 소설들을 주로 읽었었다. 그때 요시모토 바나나나 에쿠니 카오리 같은 일본 작가 책이 유행이기도 했고) 내가 존경하던 과학선생님께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선생님은 과학시간에만 나와 이야기해봤으니 나에게 결핍된 게 무엇인지 파악을 못해서 추천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그 대답이 참 서운했다. 사실 그 선생님이 좋다고 하는 책이라면 벽돌책이어도 오기로 읽겠다는 마음이 그 때는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 선생님의 말씀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일지도 모른다. 꼭 사람의 결핍을 알아야지만 책을 추천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보편적인 양서'라는 게 존재한다고 지금은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선생님은 부담스러워 대답을 회피한 것일 수도 있다. 한창 예민한 시기에 까닥하다가 잘못된(?) 책을 읽고 나의 인생 전반이 크게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 당시에는 서운했지만 지금은 뭐 아쉽지 않다. 나는 양서를 판별하고 추천해주는 좋은 커뮤니티에 속해 있게 되었으니까.




갑자기 어린 시절 책추천 얘기를 꺼내게 된 이유는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지 막막하던 시절의 내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나는 한동안 방황하며 일본소설을 읽어댔지만 이내 일본소설 특유의 허무주의와 이해가 잘 안가는 전개방식에 슬슬 싫증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나라 출판시장이 어려운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일본에서는 도서관이 많아서 출판된 책이 도서관에만 쫙 깔려도 어느 정도 기본 판매는 보장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얘기를 듣고 정말 부럽기도 했고 왜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할까 아쉬웠다. 인구수의 차이는 무시하고서라도 책을 소비하는 사람이 적다. 나는 그 원인이 출판사에도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감히(?) 하게 되었다.


입소문이 강력하다는 것은 누구나가 알 것이다. 심지어 출판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2013년도 9월에 우리나라에서 초판 발행된 '컨테이저스 - 전략적 입소문'을 안 읽었을 리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입소문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관심이 있는 고객에게 전해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새로 알게 된 이야기나 좋은 제품이 있다는 정보를 아무에게나 전달하지 않는다. 일단 누구에게 그 정보가 유용할지 생각해보고 관심이 있을 만한 사람에게 알려준다. (중략) 자녀가 없는 친구에게 기저귀를 편리하게 갈아주는 방법을 뭐하러 말해주겠는가? 입소문은 그 내용에 실질적인 관심이 있거나 관련된 사람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고객은 구매 결정이 빠르고 그 규모가 커서 전반적인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한다. - 조나 버거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 p.25


그런데 몇 년 전 어느 출판사는 방법을 조금 달리해 책을 보냈다. 같은 책을 두 권이나 보낸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두 권 다 가질 필요는 없었다. 물론 출판사는 다른 의도가 있었다. 책과 함께 온 메모를 보니 한 권은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할 때 사용하고 다른 한 권은 주변에 관심이 있는 동료가 있으면 선물하라고 쓰여 있었다. 입소문을 염두에 둔 전략이었다. 아무에게나 책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나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을 통해 타깃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렇게 같은 책을 두 권 무료로 받으면, 탐조등을 손에 든 구조대원처럼 엄청난 사명감을 갖고 자발적으로 그 책을 좋아할 만한 사람을 찾아내 이를 전달하게 된다. - 컨테이저스 p. 25~26


이 책을 안 읽어서 이런 방식의 마케팅을 못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출판시장이 어렵다 보니 마구잡이식 방법을 총동원하는데 에너지를 소진하느라 못하고 있는 걸까. 내가 접해본 출판사에서의 마케팅은 책을 많이 읽는 북 튜버나 독서 인플루언서(?) 같은 사람에게 책을 왕창 주고 서평 이벤트를 여는 것이다. 북 튜버나 인플루언서를 따르는 사람은 공짜(이게 중요하다) 책을 받고 싶기도 하고 그가 추천한다니 무조건적으로 믿는다. 그리고 받고 나서 서평을 쓰지 않으면 다음번 서평단 참여나 다른 이벤트를 신청할 기회가 제한된다고 조건을 걸어둔다. 그렇게 되면 서평 이벤트에 당첨이 된 사람은 그 책이 좋든 나쁘든 해당 기한 내에 서평을 올리려고 한다. 사실 마음이 급해서 몇 챕터만 읽고 좋다고 자기 블로그에 올려도 아무도 확인할 길은 없다. 그렇게 해본 적도 있으니 내가 안다. 이런 서평이 좋지 않은 이유는 대량의 저품질의 정보를 양산한다.


 내가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이 책이 진짜 좋고 다른 사람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게 아닌, 숙제하듯 제출에만 의미를 둔 정보를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에 한 개 더 띄우는 꼴이 된다. 신뢰를 잃은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신뢰뿐만이 아니라 공짜 ‘마음의 양식’을 가장해서, 읽으면 시간낭비인 책으로 사람들의 귀중한 시간을 뺏는 것도 참 문제다.



결론적으로 좋은 책(제품)을 출판(제작)했으면 마케팅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우리 모두가 누구나 마케팅 고수가 되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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