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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Dec 01. 2020

보이는 뷰가 완전히 달라질 때

OO의 경험은 중요하다

이건 작년 이맘 때의 기록을 재정리한 이야기다.


사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에는 겁이 없지만 내가 모임을 주도한다는 것에는 약간 거부감이 있었다. '프로 참여러'지만 사람들을 모으고 주도적으로 이끈다는 건 부담스러웠다. 참여자로는 아주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처음부터 기획한다면 어떨까?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전교 부회장을 맡았지만 우린 처음부터 회장, 부회장 팀제로 나가는 구조라서 처음부터 의도하고 부회장을 맡겠다고 했었다. 내가 부회장이 좋았던 이유는 한걸음 뒤에서 전체를 보면서 회장이 빠트리거나 균형이 깨졌을 때 그걸 맞추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얼굴마담 뒤에서 권력을 쥔 실질적 실세'이고 싶었다고 하면 좀 웃기지만 나는 그랬다. 맨 앞에 나서는 게 별로였다. 내키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림그리는 모임에서도 다른 분께 리더 자리를 제안했었다. 나는 리더 맡을 정도로 부담을 떠안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모임은 있었으면 좋겠으니 같이 하자고. 나는 열심히 참여하겠다고.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겠다고. 그렇게 나는 적극적인 참여자로서의 삶으로 내가 만족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참여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느 부분에서 공허한 거다. 내가 하던 모임들이 한 달 후에 끝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 같은 이 느낌. 독서모임 막바지에도 그런 기분이 들었었다. 이 감정의 원인은 뭘까 궁금했다. 그냥 한달빡세게 달리다가 그게 끝난 후에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인가 싶었는데 그 실체를 오늘 제대로 알게 되었다.


내가 주도적으로 모임을 만들지 않아서 느꼈던 공허함이었다. 그래서 내가 모임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영어라는 실력을 올리기 위한 모임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사실 공허함을 메우려고 모임을 만든 게 아니라 ‘내가 필요하고 안 만들면 견딜 수 없어서’ 조심조심 만들었는데 만들고 나니 공허함이 메꿔지고 짜릿하고 즐겁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 모임에서는 나 빼고 다 어떤 모임에서든 리더를 이미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도 오늘부터 첫 스타트를 끊었는데 (사실 진짜 첫 스타트는 잠시 보류된 스피치 프로젝트) 이게 진짜 성장이구나 싶었다. 보이는 뷰가 완전 다른 거다. 이렇게 다를 수가. 스피치 프로젝트하면서 느낀 쫄림과는 또 다른 기분이다. 나를 제외한 10명의 팀원분들이 모이니까 하나의 유기체 같았다. 커뮤니티는 유기체였다. 내가 틀만 만들었는데 서로 성장하고 서로 영감 받고 꿈틀대고 빛나고 멋진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내가 한 것도 없는데 만든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해준다. 너무 놀라웠다. 나는 단지 혼자 하기 힘들었고 함께의 힘을 지금까지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판을 벌인 것뿐이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받다니....


나는 글쓰기에 빠졌었고 최근에는 달리기에 빠지게 되었다. 오늘부터 커뮤니티라는 유기체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다. 리더라는 말도 좀 낯간지럽다. 그냥 판만 벌여 놓은 건데 이렇게 다른 뷰가 보이고 즐거울 수 있다니 놀랍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많다고 얘기를 듣는다. 근데 그게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이 커뮤니티 빌딩은 묘한 매력이 있다.


오늘 신박사 tv에서도 들은 얘기였는데 다시 나에게 해주고 싶다.


 '그래 뭐든 괜히 쫄 필요 없었어.'



2019. 10월경

<진행상황>

- 단체 카톡방 만들어 팀원들 초대함 (나까지 11명)

- 참여자들에게 할 질문(블로그에 공개적으로 작성하고 10/24 23:59까지 링크 공유하기로 함)

       1. 그 언어를 잘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2. 희망하는 언어 수준의 최종단계

       3. 최종단계로 가기까지 단계 쪼개기

       4. 한 달간 가능한 목표 세부화(정량적으로 보이는 목표여야 함 pass or fail로)

- 언어 공부 모임 이름 <언어 씹어먹기> (그룹명이 너무 raw 해서 좀 더 좋은 게 생기면 바꾸긴 할 거지만 이것만큼 내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 느낌이 없어서 고정될 듯)

- 영어뿐만이 아니라 다른 언어(중국어, 컴퓨터 언어 등) 다양한 언어를 다 할 수 있게 한 게 잘 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고 새로운 걸 좋아하는 나에게도 이게 너무 잘 맞는다. 영어공부로만 국한시켰으면 질리거나 매너리즘, 또는 구덩이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분야는 통하는 게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각자 분야에서 좋은 시너지가 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다음 단계>

- 질문 4가지를 나도 적어보기

- 피드백에 대한 고민

- 내가 구성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뭘까.




2020년 말의 나는 위의 글을 읽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그 당시에는 기대도 안하고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리더의 경험’이 지금의 나의 성장에 아주 큰

몫을 하고 있다는걸 부인하기 힘들다. 과거의

나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다. 이젠 지금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선택에도 신중해진 것 같긴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내가 이런 성장을 의도하고 리더의 경험을 한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우연은 언제나 새로운 길로 나를 이끈다. 그러니 마래를 알수없다는건 두려움보다 기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게 아닐까라고 최근들어 부쩍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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