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하루도 안 빠지고 달리는 이유
내가 매일 뛰는 이유는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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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내가 매일 달리기를 하루도 빼놓지 않으려고 발악하게 된 계기의 시작은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살을 빼기 위해서도, 의지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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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1년 전 한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면서부터였다. 몇백억 자산을 가진 기업가의 강연을 보았다. 돈의 속성에 대한 이야기였고 내가 지금까지 들어왔던, 믿어왔던 부의 대한 얘기와 전혀 달랐다.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의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사업이 망해서 일어설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자신은 매일 1시간씩 걸으라고 조언해준다’라는 말이 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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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도 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 사람에게 매일 적어도 1시간씩 걷게 하다 보면, 한 달이 지나 다리 힘이 생기고, 다리 힘이 생기면 뭐라도 할 의욕이 생긴다는 얘기였다. 흘려들을 수도 있을 별 특별할 것 없는 얘기였지만 나는 그 날부터 매일 1시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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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주일이 지나자 밖에 나가기 너무 힘들었다. 12월이라 너무 춥기도 했고 걷지 않을 이유를 찾자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단순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삼아 매일 걷기를 시작한 것이라면 나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었다. 내가 매일 걷는다고 몇백억 기업가가 되리란 보장도 없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걸었다. 같은 코스가 지겨워질 때면 다른 코스를 찾아서라도 걷기를 매일 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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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만 했는데도 골반이 아팠다. 비가 와도 우산을 쓰고 걸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이것만은 해내고 싶어 계속 걸었다. 그 밑바탕에는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기초를 쌓는 과정이라는 강한 내재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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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10개월이 지나자 걷는 게 너무 수월해져서 좀 더 강도를 높이고 싶었다. ’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말하는 comfort zone에서 살짝씩 벗어나기를 실행하고 싶었다. 마침 함께 씽큐베이션을 하던 팀원들 사이에 달리기에 대한 얘기가 오고 갔다. 그 날부터 달리기를 매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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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에는 3분을 뛰는 것도 힘들었다. 고작 3분 설렁설렁 뛰는데도 폐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혼자 뛰었더라면 며칠 뛰다가 힘들어서 그만두었겠지만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씽큐 동료들과 이어져 있다 보니 혼자 뛰는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들에게 나를 증명하듯 매일 뛰기를 했다. 나와의 약속이기도 했지만 동료들에게 나의 성장과 그릿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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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일 달리기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고 더욱 강화되었다. 그리고 매일 걷고 뛰면서 알게 되었다. 매일 하는 게 ‘훨씬 쉽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이 스스로가 의지가 약하다며 자책한다. 새해에는 언어 공부를 해야지, 새해에는 책을 많이 읽어야지, 이번에는 살을 빼야지, 이번에는 서평을 많이 써야지, 올해에는 새벽에 일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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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짐들을 했다가 실패했던 수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으로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의지가 문제가 아니고 접근 방법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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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어 씹어먹기’를 만들면서 느낀 한계가 매일 지속하는 걸 많은 이들이 어려워한다는 것이었다. 매일 단 5~10분이라도 좋으니까 지속 가능하고 ‘아웃풋’ 방식으로 언어 공부를 함께 해보자고 말해도 그걸 지속하기 어려워한다. 최소한의 양으로 하루 분량을 낮추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한 건지, 매일 할 수 있는 분량에 대한 메타인지가 낮은 경우가 꽤 많다. 나 역시 하루 10분 문법 파괴 유튜브 영상 찍기가 나의 최선이라는 걸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다. 2시간 정도는 언어에 시간을 쏟고 싶지만 그렇게 정하면 매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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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부터는 ‘저질체력 씹어먹기’를 만들었다. ‘언어 씹어먹기’의 전 단계에 ‘저질체력 씹어먹기’가 있어야 한다는 걸 실감했기 때문이다. 언어 공부는 꾸준한 노출이 중요한데 매일 하기의 근육을 키우려면 체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언어와 운동은 참 비슷하다는 걸 새삼 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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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기의 강력함을 아는 사람만이 그걸 즐기면서 지속한다. 매일 죽을 거 같다고 힘겨워하면서 하는 게 아니라 매일 하면서 해냈을 때의 뿌듯함을 즐긴다. 꾸준함의 힘을 아는 것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꾸준함이 몸에 새겨져 있다면 시간이 갈수록 그 사람은 남보다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그게 똑똑한 사람보다 꾸준한 사람이 무서운 이유다.
며칠 전에는 5킬로를 뛰었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평소에는 3킬로만 뛰는데 그 날은 이상하게 힘들지 않고 상쾌했다. 6~7킬로까지 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너무 무리하면 다음날 달리기에 지장이 있을까 봐 멈추었다. 나에게 달리기는 10킬로 마라톤을 위한 것도 그 어떤 목표 기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comfort zone에 닿으면 조금 더 늘리고 또 수월해지면 조금 또 늘리기를 반복하는 대상이다. 그렇게 나는 작년 10월부터 매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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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리기가 나에게 준 게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에센셜리스트가 되기 위한 한걸음이다. 경제적 자유로 가기 위한 기초 다지기다. 나는 해낼 수 있다는 높은 자존감이자 자기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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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사실은 몇백억 자산가의 말한디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결국 신영준 박사님과 고영성 작가님을 알게 된 경로가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추후에 기회가 되면 풀겠지만 나에게는 이 모든 게 소중한 인연을 만나는 여정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나는 씽큐베이션을 통해 멋진 동료들을 만났고 그렇게 여러 커뮤니티를 경험하면서 더욱 강력한 연결을 경험했다. 양서들을 읽은 것을 직접 내 삶에 적용하면서 뼈에 새기고 싶어 최근에는 자그마한 오픈다이닝 공간도 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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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5킬로 달리기는 진짜 짜릿했다. 검블유 한 회 보는 것보다 이 달리기에서 느낀 감정이 더 소중하다. 이건 내가 의지력이 강한 게 아니라 꾸준함의 강력함을 맛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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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스티븐 그린블랫의 ‘폭군’이 엄청 읽고 싶어졌다. (응? 갑분’폭군’?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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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마 신영준 박사님의 등에 고영성 작가님이라는 장수가 타있다고 표현해주신 게 너무나도 와 닿는다. 내가 꾸준함라는 무기를 가지고 내가 할 일에 몰입한다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나에게는 멋진동료들이 있고 고작가님이라는 장수를 등에 태운 신박사님이라는 경주마도 있고 그 주위에 열심히 사는 멋진 분들을 엄청 많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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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4킬로 달리고 와서 너무 뿌듯해서 이렇게 장문의 글을 써본다. 오늘부터 매일 3킬로가 아니라 4킬로 달리기로 돌입했다. 뿌듯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