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냥갑 Apr 22. 2020

누구나 반쪽을 찾아 헤맨다

내가 찾아 헤매던 것은 소울메이트

사랑에 관한 영화를 분류하면 몇 가지로 추릴 수 있을 것이다. 알콩달콩 미치도록 행복하거나, 사랑과 집착 때문에 파탄 나는 스릴러이거나, 배꼽 빠지게 웃기거나, 며칠씩 앓아누울 만큼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거나. 그 어떤 사랑이야기를 보더라도 한 가지 가치관이 나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나의 소울메이트를 만나서 건강한 가족을 만들고 싶다.

약간은 SF같이 느껴질 수도 있을 만큼, 비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는 소울메이트의 존재를 나는 믿었다. 나의 그런 생각에 불을 붙여준 영화나 만화들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어쩌면 그런 류의 영화들만 나를 거쳐갔나 싶을 만큼 많이. 

<사운드 오브 뮤직, 1965>

사운드 오브 뮤직은 나에게 가족과 사랑에 대한 나의 판타지를 처음 충족시켜준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은 1년에 한 번은 연말 행사처럼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봤다. 아빠가 엄청 좋아하셔서 온 가족이 연말 시상식 보듯 1년에 한 번 이상은 꼭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며 영화 속 장면을 따라 했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좋아했던 장면은 맏이 리즈가 남자 친구와 춤을 추며 'I am sixteen going on seventeen...'을 부르던 씬과 파티 날에 아이들 모두가 손님들 앞에서 춤을 추며 노래 부르는 씬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그리고 그렇게 많이 봤는데도 이 씬들이 지겹지 않은 거보면 이 영화가 나의 본능을 제대로 자극하긴 했나 보다. 


<플립, 2010>

어른들의 사랑만이 절절한 건 아니다. 이 영화는 어린아이들이 나오지만 나에게 사랑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당당하게 이 영화를 내밀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남자 주인공이 잊히질 않았다. 그러다가 주인공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찾아봤는데.... 다들 아쉬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한다.....



<헤드윅, 2001>

중학생 때 영화 헤드윅을 보다가 알게 된 신화 속 이야기를 다룬 노래 'origin of love'는 나에게 엄청난 감동을 주었다. 고대 신화에서 나오는 인간은 원래 두 사람이 등을 맞댄 완전한 모습이었고 눈은 앞뒤로 네 개에다가 손발도 각각 네 개씩인 그들은 천하무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했다. 그 완전함을 시기한 신이 벼락을 떨어뜨려 이어진 등짝을 찢어놓았다는 이야기는 그 당시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등을 맞댄 태초의 인간들은 서로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까지도 헤어진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맨다는 이야기가 그때부터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로 각인되었다. 


그래서였는지 모른다. 내가 누구에게나 자신의 반쪽이 어딘가에 있다고 굳게 믿게 된 것은.


<나의 지구를 지켜줘, 1993>

나의 지구를 지켜줘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둘 다 서로 다른 매력이라 너무너무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 만화 때문에 일본에서는 전생 붐이 일었다고 할 정도니 말 다했다. 전생 부분의 이야기는 정말 지금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만화책은 소장까지 하고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이건 가보로 우리 아이들에게 크면 물려줄(?) 생각이다.... 원작 코믹스와 OVA 애니메이션 분위기는 살짝 다르다. 만화책의 그림체가 소녀만화 느낌이라 별로라는 분도 애니에서 느껴지는 고퀄을 경험한다면 그 이후론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게 된다.  애니메이션은 총 6화밖에 안되니 금방 볼 수 있지만 그 많은 만화책 분량을 6화로 압축적으로 표현해서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아쉬워서 더 애착이 생긴 것도 있다.) 그러고 보니 애니 OST도 엄청나다. 쓰다 보니 다시 보고 싶어 진다.



어른들은 우리에게 대학교에 잘 가서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말해주었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의 반쪽을 잘 찾아내는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지는 않았다. 중고등학생 아이들이 하는 연애는 선생님과 부모님 눈에는 안 좋아 보이기만 했을 테니 그런 것 자체가 금기시된 얘기를 하는 것 같았겠지만 말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친구를 잘 사귀는 것만큼 자신의 반쪽을 잘 찾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꽤 오랫동안 연애 고자로 지낸 날들이며 땅굴을 파던 옛날에 대해 안타까움을 항상 느끼기 때문이다. 연애를 많이 한다고 해서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말은 아니지만 나의 반쪽을 찾아내는 눈을 기를 수 있게 노력을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 노력이란 자신을 외적으로 가꾼다는 것보다도 나는 어떤 사람과 있을 때 즐겁고 행복한지 알아내는 힘을 기르는 노력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나에 대해 잘 알아야 내 반쪽이 누구일까 알아챌 수도 있겠다는 얘기가 되어버리는데 나는 이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하지만 참 쉽지 않고 나만의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도 생각한다. 너무나도 뻔한 '자신을 잘 아는 게 인생을 잘 사는 것'이라는 결론이 되어 버렸지만 우린 뻔한 것일수록 잊고 지내기 쉽다. 그리고 그 뻔함이 생경하게 다가올 때 우리는 그 진짜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일 수도 있고. 





P.S. 그래서 결국 내가 내 반쪽을 찾았냐하면.........................찾았습니다. 진짜라구요....연애할 때는 절절했습니다. 지금 육아 중이라 둘다 지쳐서 그래요 ㅋㅋㅋㅋ
















매거진의 이전글 그렇게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