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출판 프로젝트의 시작 : 프롤로그
오픈컬리지는 내가 5년 전에 경험했던 매우 독특한 커뮤니티 플랫폼이었다.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나의 배움에 대한 목마름을 충족하고 싶었다. 퇴근 후면 빠짐없이 그곳에 갔고 그곳에서 나와 생각이 맞는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참여해도 그 목마름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공허함만이 남았다. 왜 그런 걸까 나는 궁금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컬 활동을 그만두고 그 사이 나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사이에 나는 다른 커뮤니티 여러 개를 경험했다. 요새는 커뮤니티 춘추전국 시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크고 작은 모임들이 생겼다 없어지곤 한다. 커뮤니티는 예전보다 더 많이 생겼고 우리 사회는 예전보다 더욱 풍요로워졌지만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이 해소되기에는 아직 많은 문제들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내가 왜 5년 전에 많은 사람을 만나도 공허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취미가 맞는 사람만을 찾아 헤맸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참여자'만으로 프로젝트에 참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인간은 진사회성 동물이기 때문에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소속감이란 어느 학교, 어느 회사, 어느 단체에 들어가 있다고 생기는 것은 전혀 아니다.
나는 항상 사람들이 궁금했다. 왜인지 이유를 잘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옛날부터 그랬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봐도 나는 풍경화보다는 인물의 초상화에 매료되었다. 어떤 초상화에서는 몇십 분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던 적도 있었다. 나는 사람에 매료되었고 그 사람의 이야기에 매료되곤 했다.
어떤 한 사람에 대해서 알게 된다는 건 그 사람의 인생을 간접 경험하는 것과도 같은 신기한 경험이다. 책도 비슷한 이유에서 좋아한다. 단 한 권의 책을 읽은 것뿐인데 나는 서울의 어느 자그마한 오피스텔 소파에 앉은 상태로 지구 반대편 어느 누군가의 뇌 속을 경험할 수 있다. 심지어 몇 백 년 전의 인물과도 교감할 수도 있다. 이런 경험은 정말 놀랍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렇다. 나는 호기심 덩어리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언제나 쉽게 할 수는 없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꺼려했고 어떤 이는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했다. 자신이 심지어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나는 사람들 모두가 스토리텔러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고 꺼냈을 때 더 행복할 거라는 걸 확신한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싶었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5년 만에 오픈컬리지의 문을 두드렸고 오픈컬리지는 새롭게 성장한 모습으로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터뷰 출판물 기획>이라는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그리고 리더이신 그래픽 디자이너 백연주님의 소개글을 읽고 더욱 심장이 뛰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함께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삶을 더 행복하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말이 나의 마음을 울렸다. 그래. 나도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하고 싶다. 그런 마음을 안고 바로 프로젝트 신청을 눌렀다.
그렇게 우리들은 성수동 카페에서 만났고 다들 처음 만나는 사이지만 인터뷰 출판물에 대한 의욕만큼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위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자' 그렇게 우리는 시작하게 되었다.
다들 각자 다른 강점을 가진 분들이 모였다. 우리는 이 기록의 시작부터 함께 해보기로 했다. 그 과정을 남겨둔다는 것은 언제나 설렌다. 모든 게 끝난 다음에 떠올리려 해도 지금만큼의 생생함은 사라져 있을 테니까.
어떻게 될지 6주 후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