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부’의 소용돌이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마인드풀니스를 처음 접한건 3 년 전이었다.
마인드풀니스를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역시 ‘성공하는 CEO’들의 필수 요소로 명상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내 필요에 의해 알아본 게 아니라, ‘뭔가 특별한 게 있으니 스티브잡스도 그렇고 다들 했겠지?’ 싶었다. 이런 식으로 우리 삶에서 ‘뭔가 해야만 하는 것’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우리는 더 많은 것,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공부를 해도 살아남기 어려워 보이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성격이 급했던 나에게 마인드풀니스 명상처럼 가만히 나의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큼 따분한 건 없었다. 명상은 3일하다 실패했지만, 나는 매일 새벽 달리기와 글쓰기, 그리고 동네 숲길을 매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명상 효과를 얻고 있다고 자기 위안을 했다. 나에게 명상은 못다한 숙제처럼 계속 미루고 있었던 존재로, 점점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만나게 된 책이 있었다.
<Thank You for Being Late>
<늦어서 고마워>라니...
그렇게 나는 빠르게 따라가는 것만이 답이 아님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과거의 나에게 조급함이 디폴트였다면, 지금의 나에게는 조급함은 적신호를 암시한다. 조급하다고 느낀다면 위험하다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조급함과 안녕을 고하는 방법들을 더이상 미뤄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또 운명처럼 내게 온 책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오늘 얘기하고 싶은 샤우나 샤피로의 <마음챙김>이다. 제목은 밋밋한 느낌이라 그저 놓치고 지나갈 법 하지만 원서 제목이 주목해볼만하다.
<Good Morning, I Love You>
나는 매일 아침 나에게 인사를 건내고 있는 걸까.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걸까. 오늘도 새롭게 맞이한 아침에 감사를 보내고 있는걸까. 눈을 뜨고 가장 처음 눈을 마주친 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걸까.
원서 부제는 Mindfulness + Self-Compassion + Practices to Rewire Your Brain for Calm, Clarity +Joy 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목차부터 훑었다. 요새 목차부터 보면서 책의 큰 그림을 지도보듯이 천천히 그리고 깊이 있게 읽는 게 취미가 되어버린 탓이다. 나는 마인드풀니스 책을 보면서도 순간순간에 집중하기를 실행해보고 싶었다.
원서의 각 챕터 맨 마지막에는 Gold Nugget이라고 하면서 각 부분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써보라고 하며 요약 비스그므리하게 되어있는데, 중요한 건 내가 그 챕터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기억에 남기고 싶냐는 것이었다. 독서하다가 뭔가 실행하고 써보라고 하는 파트일수록 귀찮게 느껴지는 건 나뿐인걸까? 독서는 ‘글쓰기와 실행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나조차도 그런 부분이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구절을 발견하고 심장이 굳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A wealth of information means a poverty of attention. - <Good Morning, I Love You> p.59
이 책에서 말하는 마음챙김의 세 기둥이 있는데 그게 Intention(의도 :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 Attention(주의 : 현재에 집중하고 안정적으로 머무는 훈련), Attitude(태도 :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다.
이 세 가지는 마음챙김의 순차적인 단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세 가지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말 그대로 이 세 기둥이 바로 서야 마음챙김이 완성된다. 각 단계가 분리될 수는 없다고는 했지만 나에게 크나큰 깨달음을 준 부분은 Intention,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 즉 의도였다.
나는 ‘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걸까. 그 이유가 내가 충격을 받았다는 원서 구절에 있었다.
A wealth of information means a poverty of attention.
뇌에 때려박아야 할 구절은 여러 번 봐도 모자르니 또 써봤다.
그렇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떠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히 숨도 제대로 못쉬어서 고개만 가끔씩 올려 수영 왕초보처럼 어푸 어푸하며(짠 바닷물 다 코로 들어마시며) 쉬는 정도다. 이러니 우리는 더욱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딴짓’의 소용돌이 속에 빨려들어간다. 니르 이얄의 <초집중>을 읽으면서 우리가 초집중자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또렷하게 알게 되었음에도 그게 쉽지 않아보이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본짓’의 중요성을 알지만 ‘딴짓’에 매번 발목을 잡히는 다 큰 어른들을 말이다. 어른들도 그러는데 어린아이들은 오죽할까.
나는 계속해서 불안감을 느껴왔다. 그렇다고 미친듯한 속도의 기술발전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염려되었다. 자신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보이는데 그런 모습을 보며 점점 더 움츠러드는 이가 많은 건 그들 탓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술 탓, 환경 탓한다고 해결되는 문제 또한 아니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주의를 기울이는’ 작업이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에 확신이 더해진다. 이 책의 원제는 <The Shallows>다.우린 점점 더 ‘얕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걸 알고 있고 풍요로워지고 있는데 내면은 점점 곪아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챙김>의 저자 말대로 우리는 그런 카오스같은 상황에서도 ‘쉽게 잊어’버린다. 우리가 이렇게 미친 듯한 속도에 휩쓸리고 있다는 게 정상적이지 않음을 느끼면서도, 또 다시 다음날이면 잊어버린다. 마인드풀니스 마음챙김 명상이 우리의 작업기억 능력을 높인다는 것은 단순히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는 엄청난 자극과 주의분산을 겪고 있다. 2012년의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의 뇌는 하루에 40기가 바이트 이상의 정보에 노출된다고 한다. HD 영화 한 편이 3~4기가라고 할 때 우린 매일 10~13편 정도의 영화를 이해하고 봐야하는 상태란 뜻이다.
이동진 평론가가 예전에 해외영화제에서의 경험을 털어놓은게 생각이 난다. 유명 영화제에서는 하루에 엄청난 수의 영화를 보는데 그것들을 보고 나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는데 그는 택시를 타기도 전에 토를 했다고 했다. 그만큼 엄청난 정보를 소화시키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이동진 평론가가 ‘책은 하루에 몇권씩 읽어도 괜찮은데 영화는 그러지 못한다’고 했던 게 지금까지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마음챙김> 속 우리의 일상이 매일 10편 이상의 영화를 보는 삶이라고 생각했을때 우리의 메스꺼움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나는 이런 속도에서 어지러운 상태로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소중한 순간은 잠시 멈춤을 누르고 마음껏 누리고 싶었고, 쓸모없는 쓰레기 정보들은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하듯이 자동으로 건너뛰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생을 뿌듯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죽기 전에 ‘아...나는 정말 많은 정보를 알게 되어 행복했어...’라며 죽게 될까? 그런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게 분명하다. 좀더 후회없는 삶,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누리는 삶을 살 방법은 우리에게 있었다. 지금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 순간에 사는 것 말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의 오 캡틴, 마이 캡틴인 키팅 선생님은 괜히 카르페 디엠, ‘Seize the day’를 외친 게 아니다.
우리 사회는 더 많은 걸 알아야 한다며 우리의 불안을 부추긴다. 하지만 나는 네이버 뉴스와 같은 언론사 정보를 안찾아보게 된지 7년이 넘었다. 하지만 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제, 재태크 공부가 필요하다며 각종 뉴스를 봐야지 개미들은 살 수 있다고 말하지만, 진짜 좋은 양서들을 원서로 읽는 게 돈공부에 더 큰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다. 지금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뭘 더 나의 삶에서 ‘미니멀화시킬 것이냐’가 중요하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재탕하고 자기나름대로 재편집한 영상, 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나의 히든 에셋’을 기록하고 정리하고 다듬어나가는 게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 아닐까.
나의 Attention을 도둑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삶에서 마인드풀니스 명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양질의 수면, 매일 운동, 건강한 식습관, 돈공부, 글쓰기에 기반한 독서와 함께 반드시 해야하는, 안하면 오히려 위기인 필수 요소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