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교에서는 알려주지 않은걸까요
‘살면서 뭐가 가장 중요할까’에 대해 종종 생각하곤 한다. 몇 년 전에는 금융문맹이 심각한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서 아이들부터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며 열을 올리곤 했었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해서도 생각을 오랫동안했었다. 웅변학원이니 논술학원이니 사교육이 문제가 아니고 모든 아이들, 국민 모두의 자기 표현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글쓰기는 필수라고 믿었다.
사실 너무 많은 것들이 우리 삶에서는 필수가 되기에 충분하다. 정보는 너무 많고 그것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학적 사고, 예술에 대한 이해, 철학적 고찰, 리더십, 설득력 등 뭐 하나 빼놓고 말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떤 게 우리 삶의 행복을 크게 좌우할까를 되짚어봤을 때 나는 단언코 ‘반쪽과 평화롭게 지내는 기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결혼은 의무교육처럼 국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건 줄 알던 시대가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고등학교에 진학하는구나 의심을 안하듯이 연인이 생기고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은 당연히 하는건 줄로만 알았다. 6살 차이나는 나와 여동생 사이에는 그런 생각에 큰 벽이 있다. 6년 간 무엇이 달라진걸까. 이건 물론 개인의 성향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나와 동생이 선택한 길은 크게 다르다. 같은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나는 평생의 배우자, 반쪽을 만나고 아이들을 낳는게(아이’들’, 여기서 ‘들’이 중요하다) 내 삶에서 크게 중요한 부분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거기에는 ‘나의 커리어를 희생하지 않고 행복하게’라는 어마어마한 야망(?)도 함께 말이다. 반면에 동생에게는 아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자기 몸뚱아리 하나도 벅차다고 했다. 그리고 출산은 생각이 전혀 없고 결혼조차 안할 수 있다 선언을 해버렸다.
예상대로 옛날 분이신 부모님은 패닉이 되셨다. 다만 동생 앞에서는 깨어있는 부모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티를 안내시려고 노력했고 ‘너를 이해한다. 하지만...’으로 시작해 의도치 않게 동생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시작했다.
결혼이 대학을 가느냐 마느냐의 선택사항처럼 결혼도 선택인 시대가 되었다. 대학을 안가고 자기만의 꿈을 쫓겠다는 이들에게 큰 용기와 주위를 납득시키는 그럴싸한 이유와 능력, 강한 자기 확신이 없이는 쉽지 않은 것처럼 결혼 또한 그렇다. 아니 더 큰 용기와 개쌍마이웨이 마인드가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괴로운 줄다리기를 하게 되는 이유가 ‘요즘 결혼’에 대해 모두가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을 안하고 ‘해야하는 갑다’라고 결정내리는 것은 인간의 결정 피로도를 줄이고 그 외에 더 중요한 일들에 몰입할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게 한다. 예전에는 결혼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필수 요소였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생존적 관점’에서 말이다.
과거에는 경제적 안정을 이유로 결혼을 선택하고, 나머지 부분은 참는 식이었어요. 결혼은 경제적 생존에 관한 문제였죠. 하지만 이제는 정서적 생존에 관한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무감각한 익숙함을 원하지 않아요. - <결혼학개론> p. 30
그렇다. 지금 세대에게 결혼이 선택의 문제가 된 이유는 따질 게 압도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건 요즘 세대가 까다로워서도, 지난 세대가 무뎌서도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 해야할까? 그저 출산률 저조는 막을 수 없고 이혼의 위기도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
나는 결혼예찬론자다. 육아예찬론자라고까지 말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많을까? 이왕 결혼할거면 아이도 낳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단, 엄청난 전제 하나가 붙는다.
자기 이해를 깊이있게 한 사람들만.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남들이 결혼해야 한다고 해서 떠밀린 사람이나 ‘남들도 다 아이 낳으니 낳아야 하는 거 아니야?’하던 사람은 하나같이 불행해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걸 제대로 파악 못하고 남 눈치 보며 선택한 이의 말로라고 하면 너무 잔인할까. 그럼 결혼하기 전에 그런 고민을 못했던 사람은 결혼할 자격이 없는걸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국민 필독서로 <결혼학개론>을 추천하려고 한다.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만이 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안할 사람도, 이미 한 사람도, 할지 말지 별 생각없는 사람들도, 자식이 결혼 안하겠다 선언해서 가슴이 답답한 어느신들까지 말이다.
결혼에는 두 사람의 사랑과 양가 부모님의 허락만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거기에 겁을 먹고 안해야지 마음먹기에는 인생에서 내 편이라는 지원군과 삶을 헤쳐나간다는 든든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다. 아이들을 통해 배우게 되고 깨닫게 되는 것들을 나열하자면 너무 길어지니 자제하게 될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고 육아에서 오는 힘듦과 내 편이라 생각한 이가 웬수로 느껴질 때의 분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런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칼 차단’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결혼의 장점을 최대한 누리고 단점을 최대한 극복하느냐가 아닐까.
우리는 결혼하기 전부터 이 문제들을 이해하고 공부했어야 했다. ‘익숙함’으로 인해서 우리가 겪게 될 일들이 무엇인지, 싸우는 건 둘째치고 ‘잘’ 싸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금융문맹인 우리가 부부가 되었을 때 비로소 맞닥뜨리는 ‘돈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육아가 과연 지옥이기만 한걸까에 대해서, 부모님도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부부만의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 결혼에도 상담으로 ‘도움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결혼 전부터 육아에 관한 공부를 했던 나는 주위에서 이상하다는 시선을 받기 일쑤였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모집 회의에 찾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할 때 받았던 시선처럼 말이다.
“공동육아에 관심이 많아서 왔습니다. 아이는 없고요, 아직 결혼도 안했답니다.(찡긋)”
그렇게 육아에서 필요한 게 뭔지, 내가 육아를 하면서도 행복하려면 무엇이 우선이 되어야하는지 사전 조사(?)와 공부로 인해 나에게 육아는 그다지 큰 일이 아니다. 오히려 셋째 계획도 나름 세우고 있지만 남편이 둘이면 충분하다며 기겁을 해서 상황을 요리조리 보며 계획을 짜는(대체 뭘?) 중이다.
초중고등학생 때 선행학습할 게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선행학습은 이렇게 행복을 위한 이해가 아닐까? 육아를 하면 경력이 끊기네, 돈이 많이 드네, 자유가 없어지네, 싸움이 끊이질 않네 하며 겁을 주는 주위사람들의 이야기 말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말이다.
그걸 알게 된 다음에 결혼이 선택이 되어도 늦지 않다. 한 사람과 평생 함께 살 자신이 없어서 처음부터 마음을 닫아버리기에는 놓치는 행복들이 너무 많다. 요즘 세대가 결혼을 안하거나, 고민하는 이유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혼은 안하겠다 선택을 한 사람에 대한 존중과, 결혼은 하고 싶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겁먹고 지레 포기하게 될 사람을 위한 따뜻하고 현명한 ‘문제해결을 위한 족보’가 아닐까?
<결혼학개론>이라는 제목 자체가 대학교 때 가장 듣기 싫은 필수교양수업을 떠올리게 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서는 우리 삶의 필수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알찬 내용이 꽉꽉 담겨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P.S 참고로 원서로 아마존 오더블로 들으면 저자의 생생하고 활력넘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ㅋㅋㅋ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정들 표현이 너무 생생함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