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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바다에서 정원으로

by 임진수

산이정원의 이야기

전남 해남 영산강 하구의 간척지, 한때 바다였던 이곳은 이제 황금빛 가을을 품은 정원으로 변모했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바다였던 땅은 인간의 손길과 자연의 힘이 어우러지며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그 이름은 산이정원.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자연의 조화가 빚어낸 서사시 같은 공간이다.


1981년 영산강 하굿둑이 건설되면서 바다는 서서히 물러났고, 염기가 가득한 불모의 땅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 땅은 포기되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도시 건설의 꿈이 시작되었고, 2007년 서남해안기업도시 사업이 첫 삽을 뜨면서 새로운 미래가 열렸다. 오늘날 이곳은 국내 최초의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솔라시도(Solaseado)로 거듭났으며, 그 중심에 산이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5345_2836_634.jpg 하늘마루나즈막한 숲 사이로 펼쳐지는 파란 하늘과 푸른 언덕에산이정원에 방문한 사람들이 함께 채워가는 가드닝 문화 체험 공간이다. [사진-남군]


가을빛으로 물든 산이정원은 단순한 수목원이 아니다. 후박나무, 완도호랑가시, 녹나무 같은 염기에 강한 나무들이 붉은 단풍과 어우러져 계절의 깊이를 더한다. ‘약속의 숲’에서는 탄소 중립과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다짐이 이루어지고, ‘서약의 정원’에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약속인 결혼이 가을의 낭만 속에서 이어진다.


노리정원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을바람에 실려 퍼지고, 하늘마루에서는 낮은 숲 사이로 펼쳐지는 파란 하늘과 황금빛 언덕이 고요한 풍경을 완성한다. 물이정원은 자연스레 모인 호수 위로 낙엽이 흩날리며, 생명수처럼 맑은 물이 가을의 정화를 보여준다. 나비의 숲에서는 가을 햇살 속에서 나비들이 날아다니며 새로운 생태계의 활기를 더한다.

5345_2837_75.jpg 노리정원바다로부터 올라온 낮은 구릉이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진 독특한 지형을 되살린 노리정원은무한한 미래와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어린이들의 창의적인 놀이터이다. [사진-해남군]


지금 산이정원은 과거의 바다를 기억하며, 가을의 황금빛 약속을 품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붉게 물든 나무들, 그리고 고요히 잠든 호수는 계절의 깊이를 노래한다. 이곳에서 사람과 자연은 하나가 되어, 가을의 서정 속에서 미래를 향한 약속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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