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전일갑오의 불빛이 스러질 때
전주의 밤을 물들였던 가맥의 성지, 전일갑오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은 차가운 가을 공기 속에서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입구에 걸린 ‘매매(토지·건물 포함)’ 현수막은 단순한 거래의 표시가 아니라, 한 시대의 기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예고처럼 보인다. 건강상의 이유로 올해 말까지 임시 휴업한다는 공지와 함께, 시민들의 마음은 낙엽처럼 흩어져 내려앉았다.
가맥은 1980년대 전주에서 시작된 독특한 술 문화였다. 슈퍼마켓에서 맥주와 안주를 즐기던 일상은 전주의 밤을 특별하게 만들었고, 그 중심에는 늘 전일갑오가 있었다. 연탄불에 구워낸 황태포와 수제 간장소스는 단순한 안주가 아니라, 전주의 맛과 추억을 상징하는 풍경이었다.
가을의 찬 바람 속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그곳을 기억한다. 황태포의 바삭한 식감, 맥주잔을 부딪치며 나누던 주정, 그리고 골목마다 퍼져 있던 웃음과 이야기들. 누리꾼들은 “추억 하나가 사라진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고, 여행객들은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라고 회상했다.
이제 전일갑오의 불빛은 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곳에서 나눈 이야기와 맛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 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다져진 술잔의 온기, 낯선 이와도 쉽게 친구가 되던 그 공간은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전주의 밤을 지탱하던 문화였다.
가을은 늘 이별을 품은 계절이다. 전일갑오의 불빛이 꺼진다 해도, 그곳에서 나눈 시간은 전주의 골목마다 여전히 속삭이고 있다. 언젠가 다시 문을 열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지금 이 계절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