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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는 죽을 자격도 없었다"

“필연적 자유 제3화"

by 임진수


[필연적 자유 제3화 ]"멈춰 설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느꼈다!" 멈춰 설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느꼈다!“멈춰 설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느꼈다!"


얼어붙은 침묵의 강은 그다지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철통같은 경비망을 피해 어둠의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고문에 시달려 멍이 들고, 상처의 피가 아물기도 전에 자유를 찾아 탈출하는 긴장감, 그리고 강추위가 만들어낸 칼바람이 불어와 여린 살결을 칼로 도려내는 듯 통증이 밀려왔다.


강물은 얼음으로 뒤덮여, 순간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빠지면 그것으로 끝장이다.


온갖 번뇌와 탈출을 해야 산다는 신념으로 어둠을 뚫고 강을 건너 드디어 성공했다.


‘중국 땅이 보인다!’ 그녀에게 있어 꿈에 그리던 자유를 향한 디딤돌인 중국 땅에 도달했다.


-천사도 아닌 것이……. 백사로 보이는 브로커, 또 다른 시련을 주는구나!


하지만, 돈도 먹을 것도, 아는 이도 없는 낯선 이 곳에서 또 다른 고통이 닥쳐왔다.


브로커는 대졸 출신의 젊은 여자라며 군침을 삼키는 그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또 다른 탈북인 여성 4명과 함께 그녀는 30만 원에 거래가 됐다.


다른 한 여인은 단돈 2만 원에 팔려 나갔다, 이들 중 엄마와 딸이 있었는데 따로따로 팔려가고 있었다. 정말이지 하늘을 쳐다보며 가슴에 한이 맺혀 비참함을 느꼈다.


이것이 진정 내가 사는 세상이던가! 그녀는 결심했다.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독재자가 만든 땅에서 태어난 것을 원망했고, 천벌을 받아 마땅한 그들에게 분노와 비애를 느꼈다.


결국 이들은 이렇게 탈출을 도와준 대가로 여성들을 팔아넘기는 것이었다. 그녀는 첩첩산중 어느 시골집으로 팔려갔다. 그날 밤 무조건 팔다리가 묶인 채 몸을 맡겨야 했다.


그 후 그녀는 날마다 시골집 촌뜨기의 노리개가 되었다. 이것이 살아 나온 제2의 인생의 대가라면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또다시 결심한 그녀는 혹독한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왔다.


중국 땅 그녀가 머무는 집안은 대가족 식구의 노예가 되어 온갖 일은 도맡아 해왔고 밤이면 밤마다 견디기 힘들 정도의 놀이갯감이 되어야만 했다.


몸이 아파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도 모자라 수시로 구타까지 일삼았다. 그러던 중 원치 않은 임신까지 하고 말았다.


이게 무슨 여자의 운명인지! 차라리 죽으려고 수없이 시도했지만, 그녀는 그것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중국 땅에 팔려와 만난 두 번째 남편이라는 사람은 돈을 벌어 오겠다며, 큰 도시로 떠난 지 수개월째 개뿔 돈은커녕 소식도 없었다.


-미개인의 극치

그러자 ‘이른바’ 남편이란, 그의 동생이 그녀가 머무는 방으로 몰래 쳐들어와 그녀를 의자에 꽁꽁 묶어 놓고, 채찍으로 마구 때리며 겁탈하려는 의도로 자기 말을 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달려들었다. 그러면서 온갖 협박으로 몸을 덮쳤다.


그러자 눈물을 흘리면서 손을 싹싹 빌며, 당신의 형으로부터 임신된 몸이라고 애원하고 빌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옷을 벗기려 하자,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이웃집 할머니가 달려와 도와주어 극적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또 한 번의 극한의 괴로움에 몸서리치며 끝없는 외로움이 밀려왔다.


누구에게 원망도 어떠한 몸부림도 외침도 할 수 가없었다. 그저 한없이 누군가를 원망하며 울고도 또 울어 눈물이 흘러 가슴에 한이 맺혔다.


언어도 문화도 모든 것이 낯선 외딴곳, 미개인도 이런 미개인은 없었다. 어느 날 ‘시어머니’라는 여자가 문제의 동생하고 살라고 강요를 해왔다.


거절하자 그날 밤 개집으로 끌고 가 ‘개를 꺼내어 밖으로 묶어놓고’ 개가 살던 그 자리에 강제로 몰아넣는 것이었다. 살려 달라고 애원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하자 믿어 보겠다며 풀어주었다.


‘이들은 악귀였다’그날 밤, 잠을 꼬박새우고 아침이 되자 또 다시 반복되는 행동을 해왔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거절하면서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하자 ‘망설이던’ “시아버지”가 일이 있어 갈 곳이 있다며, 따라오라고 해 그리 떨어지질 않는 발길로 뒤를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나간다고 해서 그곳도 내 집도 아니오, 그렇다고 해서 이집도 내 집이 아니었음을 벼락 맞은 듯 피부에 싸늘함이 스친다.


그녀는 임신한 채 다른 곳으로 팔겠다는 의도를 알아챈 것이다. 미개인도 이런 잔인한 미개인은 없었다.


결국 올 것이 왔다! '싶어’ 따라가는 척 하다가 신발을 벗어 던지고 무조건 도망쳐 뛰고 또뛰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제1편 https://brunch.co.kr/@oneljs21/5

제2편 https://brunch.co.kr/@oneljs21/19

제3편 https://brunch.co.kr/@oneljs21/21

필연적 자유 [다음호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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