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 자유 [제 5화]
동생이 사는 곳은 몹시도 남루했다. 그 곳에서 맨 처음 그녀를 반긴 이는 동생의 시아버지였다.
“어서 와요 사돈. 며늘애가 늘 보고파 했다오.”
너무도 친절한 말투, 선량해 보이는 얼굴, 하지만그녀를 보며 웃는 그 미소가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옆집 마실 을 다녀온다며 시아버지가 나간 사이 동생은 맹물 한 사발을 가져왔다. 그 흔한 믹스커피 한 봉지 없는, 끼니나 때웠을까 걱정스러운 동생의 처지에 화가 났다.
북에서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아니 오히려 더 비참해 보이는 삶.
남편은 6개월 전 암으로 죽고 한 살배기 아들은 북경 큰 병원에 맡겨 치료 중이라 했다.
매월 수천 위안에 달하는 병원비는 또 하나의 삶의 짐이었다.
‘이렇게 살 거라면 무엇 하러 사선을 넘었단 말인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식히려 맹물을 들이킨다. 지난밤 남편에게 맞은 등이 욱신거린다. 밤새 시달린 피곤 탓인지 졸음이 몰려온다.
‘이런 순간에 잠이 오다니 나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언니도 아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뜨자 그녀는 방 한구석에서 알몸인 채 누워있었고 동생은 낯선 사내에게 몸을 맡긴 채 손에는 돈을 움켜쥐고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동생의 눈빛은 ‘차라리 죽고 싶다’는 애원이었다.
볼일(?)을 마친 사내가 방을 나서다 말고 그녀를 보며 더러운 웃음을 보이며 시선을 던진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100위안 짜리 지폐 한 장을 던지며 방문을 나선다.
동생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나쁜 년”
그녀의 분노와 배신감이 동생의 뺨을 향했다.
“짝”
동생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돈을 움켜진 손엔 더욱 힘이 들어갔다.
‘왜 그랬냐’는 의미 없는 물음도 없이 그녀는 옷을 챙겨 입고 방문을 나선다.
“미안해 언니! 그런데...그런데...난 엄마야”
등 뒤로 들리는 동생의 외마디절규를 애써 무시하고 잠시 멈칫했던 걸음을 다시 땐다. 더는 서로에게 아무런 말이 없었다.
‘엄마야...엄마야...엄마야’
집으로 향하는 내내 동생의 마지막 절규 같은 한마디가 머릿속을 맴돈다.
‘그래. 엄마지. 동생도...나도...엄마지’
훗날 안 얘기지만 그날의 일은 시아버지의 제안이었다고 했다.
아들의 치료비와 생활고에 시달리던 동생은 차마 시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던 것이다.집에 돌아온 그녀는 현실도 동생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술주정뱅이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며 공포 같은 삶을 살아 온지도 이제 3년이다. 노예와 같은 일상, 인간이 아닌 삶은 그녀나 동생이나 다를 게 없었다.
‘내가 동생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그녀는 지금의 이 지긋지긋한 현실을 끝장내기로 결심한다.
‘방법은 오직 하나 뿐이다.’
[필연적 자유5화•••6화에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