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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필연적 자유 [제 6화]

by 임진수

[필연적 자유 제6화]


그녀는 지금의 이 지긋지긋한 현실을 끝장내기로 했다.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그녀가 결심을 굳히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늘도 술에 취해 주먹을 휘두르고 잠든 남편의 얼굴을 보며 그녀의 마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남은 것은 행동이다.


결국, 괘나 오랫동안 그녀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유일하게 그녀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이웃집 조선족으로부터 남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한국을 오가며 식당 종업원과 보따리무역을 하는 사람이었다.


한국행을 결심했다. 문제는 돈이다. 브로커에게 전달할 돈이 필요했다.

그녀는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족 소개로 한국의 선교사를 만나게 됐다. 선교사는 북경의 한 식당을 주선해줬다. 그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자금을 마련했다. 그녀는 북에 두고 온 가족을 탈출시키기로 하고 브로커와 접촉한다.


시간은 정처 없이 흘렀고 3개월 지난 어느 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다.

기쁨과 슬픔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세상을 다 얻은 듯 그간의 고통이 한순간에 다 가시 었다.


북에 있던 엄마와 아빠, 그리고 7년 만에 다시 보는 아들 모두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아들은 어느새 훌쩍 커버린 12살이 되어 있었다.


아들은 그녀를 어색해하면서 쳐다봤다.

‘엄마’라는 말에도 아들은 그녀를 피해 할머니 뒤로 숨었다. 목이 메어 왔다.

아들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그녀는 브로커에게 '탈북 성공 보수료'를 건넸다.


"그러자 브로커는 또다시 한국으로 데려다 줄 수 있다고 거액을 요구했다. 그녀는 온 가족들을 보름 후 이행하는 조건으로 선수금 일부를 더 건넸다.


"? 누군가는 궁금했다. 나이 드신 부모님과 어린아이가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을까?


그녀와 달리 한겨울이 아닌, ‘우기를 피해’ 따뜻한 봄을 택했다는 점이다. 그래야 나이 드신 부모님과 어린아이가 두만강을 건널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들은 평소 수영에 능통한 터라, 한밤중 소리가 날까 봐 까치발로 둥둥 떠 있는 상태로 반걸음으로 헤엄치듯 강을 건널 수 있었다’고전했다"


그녀는 악몽 같았던 그 날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온 가족이 다 모였다. 동생의 얼굴을 다시 보았을 때 그녀의 머릿속엔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애써 이성의 힘으로 말을 꺼냈다.


“우리 남한으로 가자.”


동생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안돼, 언니. 난 아들 곁에 있어야 해.”


그랬다. 그날에도 지금도 동생은 엄마였다. 오랜 설득에도 동생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부모와 함께 그녀는 다시 동생을 설득했지만, 엄마인 동생의 모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결국, 동생을 두고 떠나기로 했다.


브로커와 약속한 그 날, 약속한 장소에 일찌감치 나가 기다렸다. 혹시 몰라서 약속한 장소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가족을 기다리게 해놓고 그녀는 몰래 응시하며 기다렸다.


하지만 약속 시각이 지나도록 브로커는 오지 않았다. 뭔가 불길한 예감을 한 그녀는 가족들을 추슬러 황급히 자리를 떴다.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잡히면 다시 북으로 송환되어 사형에 처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집으로 다시 갔을 때, 공안원들이 들이닥쳐 집을 에워싸고 있었다.


브로커가 그녀를 신고한 것이다.


이제 더는 중국 땅에서 갈 곳은 없었다.


[필연적 자유, 7화~다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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