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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숨소리마저 바람에 흩어졌다'

필연적 자유 [제9화 ]

by 임진수

필연적 자유 제9화 - 지난 8화 줄거리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물이 있기 때문이다.


사막의 별빛은 더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는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사치였다.


이제 비상식량과 물도 바닥났다.

제9화

탈진한 두 아이는 ‘엄마, 엄마’ 하며 걸음조차 걷지 못했다.


사막에서의 잠은 모래를 파헤쳐 온몸을 묻은 상태로 얼굴만 내놓고 자야만 했다.


행여나 중국 공안원이 뒤를 쫓아올까 봐 마음을 졸이며, 단 한시도 여유가 없었다.


한순간 눈에 띄는 일이 없도록 소리도 흔적도 남기면 안 된다.


사막을 걷는 것은 마치 ‘눈 속에 빠진 것처럼’ 다리가 푹푹 빠져 걷는 데, 배로 힘이 든다.


그녀는 허기진 몸으로 어린아이들을 등에 엎고 한발 디딜 힘조차 없었다.


먹을 것이라고는 조각 음식으로 근근이 때웠고, 그나마 산길에서 먹을것을 채취해 먹었다.


“우리 속담에 열흘 굶어 군자 없다. 누구든 굶주리게 되면 체면 따위를 잊고 옳지 못한 일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제 사막을 지나니 험난한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사막보다는 차라리 산이 낳겠다 싶어, 그녀는 가족하고 산으로 올라갔다.


산은 그렇게 만만치 않았다. 산길을 걷다가 갑자기 어린아이가 아~아~엄마하고 엄청난 소리를 질렀다.


알고 보니 독사에 물렸다. 순간, 어린아이는 온몸이 열이 불덩이였다.


가족들은 민간요법으로 뱀에 물린 상처에 입을대고 독을 빨아냈다.


그러면서 작은 돌을 불에 달구어 상처를 지져댔다.


이러한 방법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이는 굉음을 내며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아이는 죽음 그 자체였다. 가족 모두는 참혹한 현실이었다. 그러기를 몇 시간이 지나 여독이 내리는 듯 보였다.


그저 조금만 참아라...조금만 참아야 한다. 아가야 눈을 떠라 눈을 뜨라고...그녀는 외쳤다.


하지만 첩첩산중은 메아리마저 되돌아왔다.


이제 더는 방법이 없었다. 오직 신의 뜻에 맡겨야만 했다.


시름시름 알던 아이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가족들도 피곤함에 지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갑자기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아픈 아이가 엄마... 엄마... 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심장을 두드렸다.


어둠이 가시기 전 새벽 무렵 잠에서 번쩍 깨어나 아이를 바라보니…. 아이는 온전히 몸이 퉁퉁 부어 있었다.


아이는 아무런 소리 없이 누워있었다. 아이는 아무런 소리 없이 누워있었다.


새벽은 숨소리마저 바람에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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