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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배낭 하나, '하얀 구름 위에’ 걸렸다

배낭을 둘러 매고

by 임진수


"내 눈에 보이는 여행" -일본의 관문,간사이의 중심도시 오사카


-내 어깨위에 작은 오렌지색 배낭 하나 있다. 그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오렌지 빛깔 배낭 하나 살포시 걸쳐있다. 어느 한순간 손에 닿는 작은 아이패드 프로 하나 정보를 검색하기도 하고, 1200만 화소급 카메라는 줌 기능도 가능하다. 또한, 동영상 기능이 탑재되어있어 언제 어디서나 원스탑으로 촬영할 수가 있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최대한 가벼운 옷가지 달랑 두벌 속옷도 양말도 필요 없다. 나머지는 현지에서 그때그때 조달하면 된다. 최대한 슬림해야 직성이 풀린다. 언제나 그랬듯이 멀티 플레이 원터치 다기능 방식이다. 군더더기 걷어내고 좌우 대칭 구도가 없는 트라이앵글, 공감각적 얼리어댑터 여행을 추구한다. 그러니까 휴대폰과 노트북 아이패드가 동시에 연동되어 클라우트 사물 인텃넷 망을 이용한 효율적인 공간확보가 우선이다.


자, 이제 그리 무겁지도 않은 홀쭉한 배낭 하나 어깨에 둘러메고 어디로 떠날까……. 음~응!

그렇다면 이번에는 일본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가장 저렴한 항공편을 찾아 예약했다. 이른바 ‘저가항공’ 나름 저렴한 호텔과 왕복 비행기 표를 확보했다.


마침내 출발 시점이 서서히 다가왔다. 이른 새벽 무렵, 저 멀리서 천사처럼 향긋한 여행 냄새를 풍기며 벨이 울린다. 처음에는 천천히, 관심이 없자 좀 더 썬 놈으로 벨 소리를 울려댄다. 이 녀석 휴대전화 벨 소리가 3단계까지 설정되어 있다. 아무리 피곤해도 일어나야 한다. 안 그러면 삐져서 전화도 안 걸린다.


노랑 배낭 하나 챙겨 공항으로 향하는 급행 전철을 탔다. 나! 설레면서 허전한 것은 왜일까! 새벽 이 슬 맞은 전철은 어떤 그리움도 잊을세라 미끄러지듯이 달린다. 간간이 다국어 섞어가며 ‘***스테이션’ 하면서 방송 언어를 뿜어낸다. 응 ~응~ 응 ~음…. 음악이 흐른다. 내 심장에서 저 너머 칼새가 부르는 시그널 뮤직이 육중한 철마에 희석되어 묻힌다.

<일본 전철Gate>

전철은 새벽이라서 그런지 텅 비어 있었다. 달리는 전철은 이따금 여행객들이 올라탄다. 나의 맞은편에 싱그럽고 하얀 여인이 앉는다. 눈이 부셔라! 시선이 마주 보기 무색하여 전철 안을 비대칭 구도로 두리번거려본다.

이윽고 전철은 9호선 고속버스터미널 플랫홈에도착하자, 다양한 얼굴을 가진 사람 내리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올라탄다. 마치 낯선 얼굴 환기라도 시키려는 듯 찰나의 얼굴들이 사라져 간다. 참 재미가 있다. 사람 냄새가 난다. 스크린도어 틈으로 간간이 들어오는 바람이 향긋하다.


잠시 후 허겁지겁 밀어 들리듯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빠른 걸음으로 자리에 앉아 떡 벌려 자세 취하며 엉덩이로 이내 좌우로 살며시 폭을 넓힌다. 순간 이 작은 공간은 긴 벽에 갇혀있는 철관 속 생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전철은 공항에 이르더니 어둠의 벽을 뚫고 하얀 이슬 걷어내어 아침이 밝아왔음을 알린다.

<국내 저가 항공기>

맞은편에 앉아 있는 저 여행객은 곧 지구를 떠나려는지 엄청나게 큰 가방을 그것도 2개나 들고서 살랑살랑 치맛바람 흔들며 넘실댄다. 저 여인은 어디로 떠나는 것일까! 궁금했다. 캐나다, 호주, 아니 미국 아~ 먼 나라 제주도, 내 예감이 들렸다. 중국 연변으로 떠나는 보따리상……. 이런저런 생각을 한 사이 이내 전철은 유리창 너먼 형형색색 유흥가 간판이 밤새 시달려 희미해진 필름처럼 스치며 공항 플렛홈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먼저 한화를 엔화로 환전했다. 그리고 창구로 달려가 절차를 밟고서 남은 시간에 아이쇼핑을 즐기면서 시간을 응시하며 두리번거렸다.

내 몸 스치며 지나가는 저 여인은 누구일까! 환하게 웃는 저 사람들 다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아~ 하~ 어~어~ 내가 가야 할 곳에 다다르니 급해졌다. 나는 발걸음도 가볍게 스르르 비행기 트랩에 올랐다.

비행기 안은 온통 젊고 발랄한 20~30대의 남여가 가득했다. 아마도 여름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인가 보다. 내 자리는 중간쯤 창 쪽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장거리면 몰라도 짧은 거리는 창밖에 펼쳐진 미지의 세계의 미학, 대자연이 손짓하며 부르는 소리…. 하늘 높은 곳에 떠 있는 하얀 초록 구름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 이 비행기 그 흔한 물 한 모금 주지 않는다. 오직 부러 쉬어만 꽂혀 있다. 개뿔이지 비행기의 환상이 깨져버렸다. 저가 항공기라서 그렇다. 바닥에 깔린 카펫은 뜯겨 발받이가 걸렸다.


이거 혹시 가다가 휴게소에서 쉬는 거 아니야! 음 짓 하며 구시렁거렸다. 이윽고 비행기가 이륙하려나 보다. 승무원은 비상시 탈출할 때 대비해서 물건 사용법을 알려주려고 온갖 몸짓을 다 했다. 어찌 보면 TV 방송에서 평양뉴스 보여줄 때 교통정리해주는 아가씨 국방색 바지저고리 걸친 꽃순이 같아 보였다.


이러한 ‘몸 수화’ 끝나자 비행기는 서서히 활주로 근처로 미끄러지듯 가고 있다. 이제 기장이 가장 힘들다는 ‘이륙과 착륙이다.’ 이른바 마에 시간이다. 순간 승객들은 숨죽이듯 조용했다.

나는 아이패드를 꺼내어 창에 들이댔다. 동영상 모드로 설정해놓고 이륙과 착륙을 찍기 위해서였다. 흔들렸지만 출발과 착륙을 촬영했다. 그 모습은 웅장했다. 거대한 물체가 하늘을 향해 날은 다는 것. 인간의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맛보게 하는 우주공간의 하늘길이다.


비행기는 고도로 드높은 곳으로 칼새처럼 조용히 신호등 없는 공간으로 나르고 있다. 창밖은 하얀 뭉게구름이 가득했다. 저 아래로 보이는 것들은 인간이 자연과 어울려 만든 숨 쉬며 사는 생물들이 보였다. 그렇게도 한낮 하찮은 인간의 작은 공간으로 보였다. 하늘은 미세 바람도 없이 맑고 비행기는 멈춰서 있는 듯 조용했다.구름 위에 날개 걸쳐놓은 듯했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은 푸르게 때로는 하얗게 신윤복 그림보다. 더욱더 멋지게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린다. 곧 잡으면 닿을 것 같은 거대한 공간의 미학이다! ‘이 비행기 차라리 멈추어 가려진 창 너머 저 구름 위에 걸어도 될까!’ 너무, 아름답다. 하늘이 텅 비어있다. 아마도 저 구름에 매달린 것처럼, 흰 초록 그림 그리기 위해서였나 보다!

이번 일본 여행은 7번째로 접어든다. 그렇다고 비즈니스 무역을 하거나 전문적인 여행가도 아니다. 다만 가끔 생각나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찾는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몰아치고 바다에선 용솟음치며 지구를 통째로 뒤흔드는 태평양판 가로질러 지진대가 형성되어있는 ‘일본’ 그다지 낯설지도 않은 땅 오사카로 행했다. 그들은 작은 체구에 번쩍이는 눈매에 차분하고 여린 듯 보였다. 드디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welcome 한국말로 어서 오십시오. 환영한다고 쓰여있다.

다소곳하게 양손 앞에 얹고 목례하며 응시하는 은행 여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목적지 길을 물어보았다. 아주 친절하게도 성의를 다해 글로 써가면서 알려주었다.


그들은 근방이라도 ‘다가설 것 같은’ 몸짓과 동그란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를…. 내가…. 그들을 응시하며 발걸음을 디딘다. ありかどうございます ‘아리가 도우 고자이마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는 뜻이다. 참으로 친절한 사람들이다. 일반적인 국민은 정치적이거나 편견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친절하고 참신하게 보였다.


또한, 차분하고 질서 정연하다. 아무리 바빠도 자동차의 경적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 옆에 있어도 자신의 것이 아니면 그 누구도 손도 대지 않는다. 수일이 지나도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있다. 약속 또한 철저하게 잘 지키며, 사치와 허세라는 것은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수 없다. ‘?나는’! 아니, 허구라고 해도 좋다. 제발 그렇게라도 다가설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어느 때인가부터 배려와 신뢰가 사라졌다. 흔히 말하는 동방예의지국 아니라 이기주의적이고 혼돈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달라지지 않는 동방 +‘예배’ 국가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여기서 ‘예배’란 지극히 상업적이고 '행동 불일치'예배’ 주의를 말한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한 작가의 말에 따르면 “정신병원에는 두 부류가 있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친 사람, 미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과 미쳐가는 사람이다.” ‘?나는’!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들은 말한다. “한국이 일본을 아무리 따라잡으려 해도 할 수 없는 100가지가 있다고” 한국과 일본을 비교한 한 작가의 이야기다. 그렇다. ‘?나는’!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들은 어딘가 모르게 움츠리며 누군가를 응시하고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그러면서 떨고 있다. 왜 그럴까?


지난 역사 기원전 5세기경 1400년의 고대 일본을 살짝 들려다 봤다. 그중 역사와 전통이 이어지는 일본의 관문, 오사카를 중심으로 심층 리뷰해 보기로 했다.


다음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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