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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그곳에서 이름없는 새가되어.....

배낭을 둘러매고

by 임진수

"단종,그리움 마저 잊은 채 잠들다'


‘왕위를 빼앗기고 머나먼 유배 길로...단종(端宗)의 한이 서린 청령포를 찾았다!!’


-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관청리 남한강 상류에 있는 청령포는 조선 제6대 왕인 단종의 유배지다. 청령포는 자연이 만들어낸 천혜의 감옥이었다.

나루터에서 바라본 청령포


어찌도 그리 유배지로 빼어난 곳을 찾아냈을까?

아침 일찍이 나루터에서 바라본 청령포는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동, 남, 북 삼면이 물로 둘러싸이고 서쪽으로는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여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왕래가 힘들었을 이 고립된 섬에서 그의 유배 생활은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을까? 가슴 한구석이 저려 왔다.


서울에서 이곳까지 귀양길도 만만치 않았으리라.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노산군으로 강등된 채, 이곳 천혜의 요새에 감금당한 권력의 잔혹 감에 치가 떨렸다.


권력 무상,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거늘 예나 지금이나 그를 쫓는 무리의 암투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을 성 싶다.


나룻배(엔진을 갖춘 관광선)에 몸을 싣고 담배 한 개비 물을 시간이면 하선이다. 자갈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어린 단종이 머물던 본채와 궁녀가 기거하던 사랑채가 있다.

단종의 거처

영월군에서 관광 상품화한 유적지라서 그런지 깨끗하게 단장돼 있다. 본채 앞마당에는 어가가 있었다는 유지비각이 있고, 그곳을 나와 좌측으로 돌아가면 600년 된 관음송(觀音松)이라는 거대한 소나무(천연기념물)가 서 있다.

단종이 그곳에 걸터앉아 한을 달랬다고 하는데, 그때의 일을 보고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소나무다. 관음송을 뒤로하고 산으로 올라가면 한양을 그리워하고 왕비 송 씨를 생각하며 쌓아 올렸다는 돌탑이 있다.

600년이 넘은 관음송

- 단종이 쌓았다'는 돌탑-

이곳에서 단종은 막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며, 부인을 홀로 남겨두고 떠나온 지아비로서의 자신을 원망했으리라….단종의 나이17세 한양을 향해 애타는 마음... 울부 짖으며 그리움에 지쳐 그는 여기 잠들었다.


중턱 절벽에서 바라본 동강의 새파란 물결은 단종의 가슴만큼이나 시리어 보였다. 사약을 내리고 돌아가는 길에 청령포를 바라보며 지었다는 금부도사 왕방 연의 씨 구절이 생각난다.

당시를 재현한 단종의 밀랍


“천만리 머나먼 길 고운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맘 같아 울며 밤길 흘러가는구나!“


청령포에서 10여 분 거리에는 단종의 왕릉인 장릉(莊陵)이 있다.

영월에 있는 동강, 한반도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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