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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수 Jun 17. 2019

호미의 미학

“콩밭 매는 아낙네가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어디서 들어봤지...

나빌레라처럼 사뿐히 휘어질 듯 휘어지지 않는 곡선의 미학... 가장 한국적인 “호미”를 재조명했다.
우리 조상들이 주로 논밭 김을 매고 씨앗을 심을 때 쓰이는 한국 고유의 연장, 그리 못생긴  “호미”로 파헤쳐 보자.

요즘 핫이슈로 떠오른 “호미” 영주 대장간 석노기 씨의 “호미”가 아마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것도 탑, 10위에 올랐다.
아마도 서양인들의 원예 삽은 길쭉하게 생겨서 장시간 사용하면 손목이 아프다.
하지만 우리 호미는 유연한 곡선으로 휘어져 장시간 힘을 써도 손목에 무리가 가질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인기가 높다.

호미의 곡선은 휘어질 듯 날렵함, 어쩌면 그 휘어짐을 없애버린다. 그러면서 감쪽같이 사라지듯 힘은 소멸되지 않는다. 참으로 철학적이고 한국적이다.
때론 나르는 칼새처럼 대칭구조가 직선거리로 이어져 흙을 파헤치는데 장시간 힘을 합쳐준다.

호미 끝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가운데가 불룩하여 호미 날로 흙을 한번 찍어 잡아당기면 흙 밖의 뿌리째  잘 뒤집어져서 논매기와 골타기에 안성맞춤이다.
호미는 부등변 삼각형인 날의 한쪽 모서리에 목을 이어대고 거기에 자루를 박은 독특한 형태의 연장이다.

곡선이 아리랑고갯길처럼 유연하고 때론 답답하면서도 날카로운 호미는 통일신라시대의 안압지 출토유물에서 확인된 바 있다.

한국의 호미는 그 기능과 모양에 따라 논 호미와 밭 호미로 나눈다. 또 물에 젖은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자루를 새끼로 감아 사용하기 한다.
이렇듯 옛날 옛적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와 근 현대사의 다큐멘터리 같은 모진 세월 사용해 오던 재래식 농기구들은 점 점 사라지고 있어 매우 아쉽다.

세계적인 온라인 마켓 아마존에서 우리 호미가 잘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편리성과 사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텃밭에 잡초를 제거하거나 화분에 분갈이할 때도 호미를 대체할 만한 다른 어떤 기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호미의 역사성을 지닌다.

아울러 우리의 옛 연장들을 세계화 측면서 관심과 재조명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사진 출처 이미지워터마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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