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본능이 있다. 생각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과 행동은 경우에 따라 자칫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본능은 현재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 대한 불평이나 스스로에 대한 과시 혹은 어떤 일을 할 때 가능한 쉽고 편한 방법을 선택하려는 것 등이다.
많은 경우 본능대로 했을 때 남는 것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그렇게 하지 말 걸’,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다음에는 이렇게 해야지’ 등과 같이 주로 후회와 아쉬움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 정도가 남는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매번 같은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강단에 서는 교수자 역시 이러한 본능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를 테면 강의 환경이나 장비 혹은 학습자의 분위기를 탓하거나 “나 때는 말이야”와 같은 말로 시작하는 자신의 옛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교안을 만든다면 소위 말하는 복사해서 붙여넣기(ctrl c + ctrl v) 등과 같이 상대적으로 쉽고 편리한 방법을 택하는 것도 일종의 본능에 포함된다.
이러한 본능 몇 가지를 더 살펴보면 강의준비를 위한 시간을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든지 이미 여러 번 강의한 적이 있다든지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하지만 교수자로서 강의 준비에 할애해야 할 준비시간은 실제 강의시간 대비 적어도 10배 정도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의도적이지는 않겠지만 어렵게 설명하려는 것도 있다. 부지불식간에 약어나 전문용어 등을 빈번히 사용하고 간결한 설명 대신 복잡한 설명을 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강의에서는 학습자들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질문도 나오지 않는다. 반면 학습자들을 웃기려고 하는 것도 있는데 이 때 강의주제와 메시지를 벗어나 주객이 전도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교수자가 학습자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본능에 속한다. 일종의 ‘나를 따르라’와 같은 태도로 학습자를 대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일부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강의현장에서 교수자는 지휘관(commander)가 아니라 안내자(guide)여야 한다.
본격적인 강의 장면으로 들어가보면 생각나는 대로 말하려는 경향도 발견된다. 이는 이른바 삼천포로 빠지게 되는 지름길이다. 강의 주제와 동떨어진 내용을 전달하게 되면 준비한 내용을 건너뛰게 되고 시간도 초과하게 된다. 무엇보다 주제와 핵심을 벗어난 강의는 강의를 했다는 것 외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교안에 매달리는 것도 본능 중 하나다. 그러나 강의의 주인공이 교수자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교안에 매몰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한 장의 교안이 학습자들에게 노출되는 시간은 불과 1분 남짓이다. 필요한 자료를 학습자가 보기 쉽게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교안의 역할은 학습의 편의나 시청각효과를 제공하는 것과 같이 강의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교수자가 이와 같은 본능대로 강의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강의 현장에서의 참사란 학습자가 잔다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포함해서 강의내용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 것 등을 말한다.
교수자로서 이와 같은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 먼저 학습목표를 잊지 말아야 한다. 학습목표는 교수목표와 교수학습방법 그리고 평가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학습목표에 따라 강의를 준비하고 내용을 전달하게 되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다음으로는 학습자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습자의 입장에서 접근한다는 것은 학습자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기도 하고 교수학습 방법적인 측면에서의 다양화를 도모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자 중심이 아닌 학습자 중심에서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 학습자들의 학습동기유발이나 교육의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교수자 스스로는 변화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다양한 자극에 스스로를 노출시켜볼 필요도 있고 여행, 견학, 독서 등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전달할 수 있다.
아울러 사전에 강의 중과 강의 후의 자신의 모습이나 학습자의 반응에 대한 일종의 상상(imagination)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어떤 모습을 기대하는지가 그려지면 그에 맞는 내용과 방법을 찾기가 훨씬 수월하다.
교수자로서 강단에 선다면 이 밖에도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내용들이 많겠지만 무엇보다 교수자로서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본능이 무엇인지를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본능이 어떤 상황에서 나오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어떤 경우에는 잘 되고 어떤 경우에는 안되는 소위 말해 로또와 같은 강의는 없다. 강의는 생각한만큼 좋아지고 준비한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습한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강단에 서는 모든 교수자는 강사의 질(質)이 곧 교육의 질(質)이라는 말을 다시금 되새겨 봐야 한다. 그리고 교수자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본능과 착각이 있다면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강의가 교수자의 삶에서는 한 컷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학습자의 삶에서는 한 편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